Broken Blossoms or The Yellow Man and the Girl 꺾어진 꽃 ★★★☆
Directed by D.W. Griffith
imdb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하고 있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Les amis de la Cinematheque 영화제" (꼭 저 지랄로 불어를 갖다 붙어야하는 이유를 모르겠군요.)의 상영작 중 하나입니다. 정성일이 그 특유의 협박성 어조로 (물론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이 영화도 안 보고 영화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마라..." 어쩌구 하시길래 챙겨 보게 되었습니다.
만들어진 지 87년이 지난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요? < Broken Blossoms or The Yellow Man and the Girl >는 그게 '거의' 가능한 영화입니다. Lucy를 연기한 릴리언 기쉬 Lillian Gish의 연약하고 상처받은 얼굴과 겁에 질린 몸짓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저려오기 시작합니다. 무성영화 시대 특유의 과장된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정서적 공명을 불러 일으킵니다. 작은 키에, 영화 촬영당시 27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형같은 섬세한 얼굴선은, '시련받는 소녀'라는 거부하기 힘든 매혹의 소재에 관객을 몰입시키는 가장 이상적인 조건이었을 것입니다. 한 대 더 맞을까 움찔하는 순간순간마다 저의 가슴도 찢어졌습니다.
<꺾어진 꽃>은 '예쁜 소녀의 가슴아픈 시련記'인 동시에,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관한 영화입니다. 인종적 편견과 가부장적 폭력 등이 그 원인일텐데, 그 사랑이, Cheng Huan과 Lucy에게 남은 유일한 삶의 위안이고 희망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맘이 아프군요. 폭력과 알력으로 점철된 서양세계에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영국으로 건너온 중국인 Cheng Huan은 가능할 리 없는 그 이상이 꺾이고 아편굴을 전전하며 살아갑니다. 폭력적인 애비에게 채찍으로 맞는 게 일과인 Lucy는 지금껏 미소지어 볼 기회가 없을만큼 암담한 세계를 살아 가고 있구요. 삶의 바닥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이들 두 사람에게 사랑은, 이창동의 <오아시스>에서처럼, 뭔가의 해결책은 되지 않을지언정, 기대어 쉬고 위안받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었을테데, 그 '사랑'을 빼았기고 두 사람은 죽음에 이릅니다...
그쵸, 졸라 신파지요? 하지만 정통신파(?)의 위력을 최근 <너는 내 인생>에서 다시금 깨달은 저로서는 이 뻔한 멜로드라마에 충분히 울어줄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무성영화가 아니라서 <너는 내 인생>의 황정민처럼 Cheng Huan도 울부짖었다면 내가 함 울어줬을텐데...
가장 애매한 장면은 Cheng Huan이 일종의 성욕을 품고 Lucy에게 다가섰다가 포기하는 장면입니다. sex까지를 포함한 순수한 사랑이란 건 감당할 수 없었을 시대였겠지만, 그런 시대적 배경 이외에도, 황인종에 대한 혐오나 어떤 공포 같은 맥락에서 나온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적으로 문란한 야만인, 뭐 그런 이미지쯤이었을까요? 그리피스의 오리엔탈리즘 같은 건 해묵고 재미없고 관심없는 주제니까 그냥 넘어갑시다. 하긴 황인종이 미성년자같은 백인 여자애랑 엎어져 떡을 치는 영화라면,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겠지요!
중국인 Cheng Huan을 연기한 배우는, 당연히 Richard Barthelmess라는 백인입니다. 이것 또한 새삼스러울 거 없는 얘기겠지요. 중국인을 포함한 동양배우들이 일본을 배경으로 줄창 영어로 얘기하는 게이샤 영화를 아무 거부감없이 보는 사람들이고 보면, 사실성 여부에 아랑곳않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미국인들의 능력이,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여기에 가시면 <꺾어진 꽃>의 자세한 소개와 자막으로 처리된 모든 대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는 Lucy를 연기한 릴리언 기쉬 Lillian Gish의 사진입니다. 무성영화시대의 대배우였다고 하는군요. 그녀가 <꺾어진 꽃>에서 죽음의 순간 마지막으로 '만들던(!)' 미소는, 제가 지금껏 본 가장 슬픈 미소였습니다. <사냥꾼의 밤>에서 고아원(?) 원장으로 나왔던 그 배우인 것 같군요. (2006·01·21 23:21)
아래는 영화제 소개글.
TITLE (K) 흩어진 꽃잎
TITLE (E)
TITLE (O) Broken Blossoms
DIRECTOR D.W. 그리피스 D.W.Griffith
ADDITION 1919 | 35mm | 70min | 미국 | B&W Silent
출연:릴리언 기쉬, 리처드 배틀메스, 도널드 크리스프, 애서 하워드
무성영화의 문법을 창시한 그리피스의 대표작 중 하나로, 비극적인 멜로드라마의 전형을 이루며 무성흑백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영화 기법들을 집대성한 영화이다. 영국의 슬럼가에서 살고 있는 중국인 이민자 쳉 후안과 권투선수 아버지 아래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루시 버로우가 사랑에 빠지며 겪는 사회적 불관용이 큰 줄거리를 이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가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감독 자신의 오리엔털리즘적 시선이 맑스주의 영화비평자들의 성토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피스가 무성영화 시대의 대배우 릴리언 기쉬에게 사용한 매혹적인 소프트 포커스 쇼트는 서사를 강화하는 기법의 진일보였으며, 몽환적인 매혹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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