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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무비스트] All That Jazz 재즈는 나의 인생 ★★★☆

All That Jazz 재즈는 나의 인생 ★★★☆
imdb

[무비스트에 실린 글입니다.]

<올 댓 재즈>는 꽤 ‘현실감’있는 뮤지컬입니다. 가령 길을 걸어가던 선남선녀가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뜬금없이 춤을 추거나 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물론 화려한 댄스 넘버와 노래가 나오지만, 지금 댄스 연습중이라거나 환상속이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지요. <올 댓 재즈>는 뮤지컬 배우를 뽑는 오디션 장면과 안무 과정 등을 보여주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는, ‘뮤지컬 만들기에 관한 뮤지컬’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올 댓 재즈>는 ‘영화 만들기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지요. 극중 안무가 겸 영화감독인 기돈은 새로운 뮤지컬의 연출과 더불어 자신이 감독한 영화의 편집 작업을 겸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쇼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창조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 <올 댓 재즈>는, 무대 ‘뒤’도 실제 쇼가 펼쳐지는 무대 ‘위’ 만큼 열정적이고 화려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지요.

하지만 <올 댓 재즈>가 성공한 예술가의 삶과 쇼 비즈니스계를 화려하게만 묘사했다면, 그저 선정적인 눈요기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올 댓 재즈>가 걸작으로 불릴 수 있는 이유는 ‘뮤지컬 영화’에 값하는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창조의 주체자로서의 예술가의 자의식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올 댓 재즈>는 감독 밥 포세의 반 자전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밥 포세는 <시카고>나 <피핀> 등의 뮤지컬 연출가이자, <캬바레> 등의 영화를 만든 감독이었습니다. 뮤지컬 연출과 영화 제작을 동시에 진행해야하는 영화상의 설정은 그가 < Lenny >라는 영화를 만들며 실제 겪었던 일이구요. 감독의 가족사나 흡연습관, 그리고 실제 밥 포세의 사인(死因) 등도 영화 속에서 묘사된 것과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이렇듯 개인적 체험에 상당부분 근거한 영화이지만, <올 댓 재즈>는 성공적인 이력을 쌓아온 예술가의 자아도취를 드러내는 대신, 오히려 실패와 좌절, 그리고 죽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좌절의 원인은 일차적으론 갑자기 닥친 병마와 쇼 비즈니스계를 지배하는 경제논리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론 뛰어난 재능과 불굴의 열정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죽음’의 문제로 귀속되지요. 마치 ‘죽음’과 대결하듯 혹은 화해하듯, 마지막 무대를 펼치는 기돈의 모습은, 한 예술가의 자화상일 뿐만 아니라, 실패와 좌절, 결국엔 죽음과 대면해야하는 인간, 그 보편의 모습일 것입니다.

P.S. 뛰어난 안무가의 영화답게 <올 댓 재즈>에는 눈을 즐겁게하는 많은 댄스 넘버들이 있습니다. 특히 < Welcome Aboard Air Rotika > 는 좀 과하게 섹시합니다. ^^

P.S. <올 댓 재즈>에서는 또한 서른살 즈음의 제시카 랭의 풋풋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76년도 판 <킹콩>을 매혹했던 그 섹시한 미소, 저렇게 아름다운 ‘죽음’이라면 누군들 거부할 수 있겠습니까?    (2006·01·21 0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