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ight of the Hunter 사냥꾼의 밤 ★★★☆
Directed by Charles Laughton
imdb naver
로저 이버트 할아버지는 <사냥꾼의 밤>이 미국 영화사상 가장 뛰어난 영화 중 한 편이라고 평가했다지요. 영국 황실로부터 Sir.의 칭호를 받던 일류급 배우의 이력을 회복불가능하게 망쳐놓은, 소위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소문도 있고요. 때문에 무척 기대를 하고 보았습니다.
역시 <사냥꾼의 밤>은 느와르나 스릴러 쯤으로 쉽게 규정할 수 있을만큼 평범한 영화가 아니었어요. 애시당초 하나의 장르로 귀속시킬 수 있을만큼 일관된 스타일을 가진 것도 아니구요. 돈을 노리고 결혼한 의붓아버지(로버트 미첨이 연기한 해리 파웰)를 피해 아이들이 달아나는 영화는 종반부에 가면 '동화'같은 분위기로 탈바꿈합니다. 그 악한 의붓아버지가 경찰에게 검거되는 장면은 너무 갑작스럽고-영화 초반부, '자동차절도'의 혐의로 재판을 하고도 그 정체(연쇄살인범)를 파악하지 못하던 경찰들이 극의 후반부에선 어떻게 그의 정체를 알아차렸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지요-, 캐릭터들의 심경의 변화나 그 비정상적인 집착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이 부족한 듯 합니다. 가령, 어머니인 윌라 하퍼가 동침을 거부하는 해리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타락했던 지난 결혼생활을 회개하는 설정은, 그녀의 이전 결혼 생활에 대한 설명이나 묘사가 전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다지 설득력 있어보이지 않습니다. 해리 파웰이 그녀를 죽이려 드는데도 전혀 저항하지 않는 것도 어이없구요. 존과 펄(자식들입니다.)의 삼촌이 윌라의 시체를 발견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이유도 알 수 없어요. 루비가 파웰에게 집착하는 이유도 설명이 안되고. 존이 자신을 죽이려하던 파웰을 결국 '아버지'로 부르는 장면도 이해할 수 없구요. 한마디로 너무 엉성한 짜임새입니다. 정합성을 찾을 수 없는 논리에 캐릭터들의 심리를 묘사하는 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한마디로 어수선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매우 인상적이고 가끔은 충격적이기도 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25명의 연쇄살인범이라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영화 초반부에 하나님을 향한 파웰의 독백은 무척 섬뜩합니다. 이 순수한 악의 화신이 시종일관 자신을 선교사라 소개하고 존의 돈을 뺏으려는 것도 일종의 교회사업을 위해 쓰기 위해서,라는 설정은, 어긋난 종교적 신념이 절대악과도 조합될 수 있다는 악몽같은 경험을 선사합니다. (만화 <베르세르크>에서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처형을 보는 듯한 느낌이에요.) 물론 파웰이 그 돈을 교회사업에 쓰겠다는 말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 돈을 가령 오입질이나 음주 같은 타락한 행위에 쓸 거라고도 상상할 수 없거든요. 가령 영화에는 파웰이 술을 마신다든가 담배를 피는 장면도 없고 잔뜩 기대하고 신혼방에 들어선 윌라에게 '결혼은 아이를 낳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성관계를 거부합니다. 종교적 광기가 정신병적 징후와 연결되는 장면은 이외에도 여러번 나옵니다. 윌라의 그 갑작스런 회개,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 파웰의 처형을 요구하며 폭동 비슷한 걸 일으키는 신자들...
파웰을 연기한 로버트 미첨의 연기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합니다. 오른손엔 love, 왼손엔 hate라고 문신을 하고 다니는데, 스파이크 리의 < Do the Right Thing >에서 어떤 덩치가 저렇게 하고 다녔던 기억이 나는군요.
이 영화가 무척 맘에 든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될 것입니다. 저부터가 그랬어요. (2005·08·21 18:30)
윌라를 죽이려하는 파웰. 표현주의 영화의 한 장면 같지 않습니까?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에요. 윌라를 죽인 파웰은 그녀의 시체를 강속에 버립니다. 하늘거리는 물풀 사이로 그녀의 머리카락도 흔들리고... 끔찍하지만 고요하고 평화로우며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터무니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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