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review

Gosford Park 고스포드 파크 ★★★☆

Gosford Park 고스포드 파크 ★★★☆
Directed by Robert Altman
imdb    naver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고스포드 파크' 보기를 드디어 실행에 옮겼습니다.

지난 세기 초, 영국 상류사회가 어떻게 살았는지 관심도 없고 아는 바도 없었던 탓에, 이 영화의 배경인 1932년에도 영국이 저렇게 완벽한 계급사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점에 놀랬습니다. 영화에서 보아온 비슷한 시기의 서양의 모습은 대부분 미국이었기 때문에, 이 영화에 등장하는 헐리웃 제작자와 미국인 배우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귀족계급과 하인들 사이의 그 숨막힐 듯 공고한 구분짓기는 저에게도 신기하고 이상하게 여겨졌습니다. 영국이 현대적 의미의 민주주의를 가장 먼저 선취한 나라 중 하나라고 배운 기억도 있고 해서, 그 구성원들의 사회의식과 사회구조도 그만큼 민주적이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생각해 왔었습니다. 하지만 귀족 계급은 그렇다치고 하인계급까지 계급의식이 부재하여, 귀족-하인의 관계를 '노동의 판매와 임금의 지불'이라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로 파악하지 않고 마치 상류계급에 구속된 농노처럼 자신들을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前 자본주의적 계급관계가 영국사회에 뿌리깊게 박혀 있었기 때문일까요? 하긴 60년대가 되어서야 미국에서 흑인들의 민권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고 하는 걸 보면, 사회구조가  외형적으로 바뀌었다 하더라도 구성원들의 의식이나 생활의 면면이 바뀌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겠지요.

여튼간에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마치 오지에 살고 있는 부족에 대한 민족지적 보고를 보는 것처럼, 시대착오적인 계급관계의 규칙들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 것을 구경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건 가령 TV드라마 같은 데서 자주 나오는, 있는 놈들의 돈지랄을 부러운 마음으로 구경하는 거랑 그다지 다를 바도 없는데, 그들의 화려한 식사나 세탁에서 침대정돈에 이르는 완벽한 룸서비스가, 오늘날 호텔이나 레지던스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차이가 없어보이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하인이라 자부하던 하인장의 자부심과 오늘날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직업정신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저는 이 영화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는 것도 모르고 봤습니다만, 사실 누가 죽게 되고 누가 죽였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사실 영화를 다 보고 난 지금도 둘 혹은 셋 중 죽였는지 잘 이해가 안 가기도 하구요.

꽤 흥미로운 영화였지만, 2005년도 서울의 신대방 옥탑방에 사는 저와는 그다지 공통점이 없는 얘기이기에 좀 지루했습니다.

에밀리 왓슨에 라이언 필립, 클라이브 오웬도 나오는군요.   (2005·08·14 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