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 Work 블러드 워크 ★★★☆
Directed by Clint Eastwood
imdb naver
단 한번도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은 감독이 있습니까? 제 경우, 히치콕의 <토파즈>는 그 정치적 불공정함에 불쾌감이 일었던 황당한 첩보물이었고, 우디 알렌의 <애니씽 엘쓰>도 시시할 뿐인 영화였으며, 코엔 형제마저 <레이디 킬러>같은 썰렁한 영화로 실망시켰드랬죠. 심지어 프랭크 카프라마저 <잃어버린 지평선>같은, 저에게는 무척 재미없는 영화를 만들었구요. 아, 물론 제게 재미없었다고 그 영화들이 실패작이라는 얘긴 아닙니다만...
아직까지 저를 단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은 감독이 있다면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클린트 이스트우드 정도 입니다. 특히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최근작들은 날이 갈수록 굉장해져서 보고 있는 동안 전율이랄까, 가슴이 먹먹해지고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해괴한 증상까지 나타나게 하고 있어요. <밀리언 달러 베이비>... 아, 올해 최고작이었습니다.
<블러드 워크>는 봐야지 봐야지 벼르고만 있다가 여태 안보고 있던 영화였는데, 역시 안 봤던게 실수였어요. 이 재밌는 걸 왜 여태...
웨스턴과 경찰물 같은 장르 영화에 수십년간 얼굴을 내밀어온 이력답게 <블러드 워크>도 익숙한 장르적 규칙에 기댄, 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입니다. 다음 작품인 <미스틱 리버>와 비교하자면, 뭐랄까요,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할까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여전히 노인네다운 느긋한 시선으로 '이런 영화쯤이야 간단히 만들 수 있다'는 듯한 느낌으로 영화를 찍었습니다만, 어디 가겠습니까, 대가의 솜씨가. 천연덕스럽게 인물을 줌인으로 클로즈업하는 숏같은 건 어딘지 그가 출연한 옛날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더군요.
이 영화에서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신체적 노쇠함을 숨기지 않으며 다시 한 번 '노인네'의 영화임을 드러냅니다. 가령 연쇄살인범을 쫓아가다 심장마비 증세를 일으켜 쫓아가기를 포기하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연출하지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뭔가 섹.시.합니다. 멜로영화였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이후에는 본 기억이 없는 베드씬(?)도 등장하는군요. (<블러드 워크> 찍을 당시 73세였습니다.) 근데 노인네의 그 섹시함이 어쩌자고 제게 먹히는 거 있죠.(아, 저는 남자입니다만...-_-) 식스팩 복근과 생물학적 연령 뿐만 아니라 양심에서 들려오는 윤리적 요청을 무시하지 않는 인간미와 오랜 경험과 천부적 재능으로 쌓아올린 전문분야에서의 업적에서도 '섹시함'이 솟아날 수 있다는, 아, 이건 정말 노인네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얘기를 하는군요. 이쯤되면 '나이먹음'을 단순히 '인정'하고 그 생물학적 한계를 감수하는 수준이 아니라, 늙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인생에 대한 어떤 심오한 통찰력 같은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한 자신만만함으로 받아들여 집니다. 정말이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저렇게 멋있게 늙는 거라면 늙어도 괜찮아.' 그런 기분이 들고 마는군요.
여튼, 이 영화, 당연히 재밌습니다. 제발이지 클린트 이스트우드 할아버지, 만수무강해주세요. (2005·09·17 00:41)
73살이라지만, 여전히 각잡힌 저 갑빠 좀 보세요. 캡쳐한 사진에는 안 나옵니다만 뱃살도 거의 없습니다. 오, 섹시 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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