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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지구 최후의 날 ★★★☆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지구 최후의 날 ★★★☆
Directed by Robert Wise
imdb    naver

걸작 SF라는 평가는 전혀 과장이 아니군요. 많은 걸작 SF들이 그렇듯 시대의 불안을 반영한 풍부한 메타포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가령 외계에서 온 Klaatu는 그리스도처럼 죽음에서 부활하고 (우주선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Klaatu가 지구에 찾아온 이유는 "당신네(지구)들 국가중 하나가 원자력을 동력으로 삼은 우주선을 곧 개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구요. 이 영화의 외계인은 나름대로 정치적 공정성도 유지하고 있어서, 그 돌연한 출연과 압도적 기술력이 코뮤니즘의 확장에 대한 공포를 은유한다기 보다, 동시대인들이 직접 목격했을 원자력의 가공한 파괴력과 임박한 듯한 핵전쟁의 위협 자체(냉전 체제의 두 강대국, 어느쪽에 의해서도 도발 될 수 있는)를 은유하고 있는 듯 합니다.

SF물에서 흔히 그렇듯 '군인'은 이성적 대처능력이 없이 무작정 무력을 통한 해결만을 주장하는 위험집단으로 묘사됩니다. 반면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말이 통할 만한 인간으로 설정되구요. 사실 천재 과학자 Jacob Barnhardt가, 자신이 풀지 못한 과학적 문제를 Klaatu가 풀어냈다는 사실만으로 그를 외계인으로 인정하는 장면은 좀 어이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풀지 못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이 지구인 중에는 없다는 오만인가?? 여튼 과학자라는 사람들이 그렇게 호락호락 외계인의 존재를 믿어줄 만큼 만만한 인간들인 것 같지는 않은데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스펙터클한 전투씬도 없구요. 공연한 객기로 무리하게 특수효과 등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이 오히려 이 영화가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옛날 영화의 조악한 기술적 완성도를 비웃고 싶어도 그럴만한 장면이 워낙 적기 때문에 영화의 내러티브에 좀 더 쉽게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SF영화사에 굵게 획을 그은 영화라, 이후 영화들에 미친 영향도 무척 크다고 하는군요. 팀 버튼의 < Mars Attack! > 의 외계인 착륙장면이 이 영화를 직접 인용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구요, 샘 레이미의 <이블데드3>편에서 브루스 캠벨이 외치던 "Clatto Verata Nicto"라는 주문도 이 영화에서 로봇을 멈추게 하는 암호인 "Klaatu, Barada, Nikto"를 인용한 거라고 하는군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나다 출신 progressive rock group인 Klaatu가 이 영화의 외계인 이름에서 그룹명을 따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헤헤.. 여러모로...   (2005·06·11 2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