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orloos 베니싱 ★★★★
Directed by George Sluizer
imdb
저 으시시한 포스터 좀 보세요. 포스터만 보면 저 여자, 귀신인 것 같지만, 사실은 실종된 당사자입니다. 포스터의 흉물스러움과 'Horror'로 분류해 놓은 imdb의 공신력에 속아서(?) 영화의 중반부까지 내내 긴장하며 보았다가, '재미는 있는데 무섭지는 않잖아' 짜증이 났더랬죠. 그런데... 이 영화 공포영화, 맞아요. 최후의 5분에 이르러서야 드러나는 이 영화의 결말-실종녀와 그녀를 찾아 헤매던 옛애인의 운명-은 충분히 공포스럽습니다. < Don't Look Now >급이랄까요. 아, 생각만해도 섬찟하군요. (이런 또 빌어먹을 호들갑을...-_-;)
평범한 장소에서의 이유없는 실종은 로만 폴란스키의 < Frantic >을 연상케하는 설정이지요. 하지만 <베니싱>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실종자를 찾아헤매는 '남겨진 자'의 불안과 추적과정의 서스펜스를 보여주는 대신, 영화 초반부에 일찌감치 그 정체가 드러나는 '납치범'의 일상과 사전준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때때로 드러나는 성마름과 정서불안에도 불구하고 납치범은 정상인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아니, 적어도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입장에서는 그렇게 느껴지지요. 어설픈 계획으로 낭패를 보는 장면에서는 실소가 터질 정도지요. 대학교수쯤되는 듯한 어엿한 직업도 갖고 있구요.
이런 설정에서는 보통 '저렇게 정상적으로 보이는 인간도 일순간 빡돌면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이렇듯 소위 중산층의 도덕률이란 위선적이고 우리들이 보고 있는 표면상의 안정과 평온 밑에는 어두운 욕망이 꿈틀댄다' 같은, '연쇄살인범' 영화의 닳고 닳은 인간관/세계관을 반복하기 일쑤죠. 하지만 이 영화의 납치범은 그런 평범한(?) 동기를 갖고 있는 범죄자가 아닙니다. 영화에서 보여진 것 이상으로, 영화를 통해 관객이 착각하고 있던 것 이상으로 사악하고 비열한 인간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거죠. 이것이 바로 충분히 예측가능한 이 영화의 결말(이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들은 영화 초반부부터 심하다 싶을만큼 많이 등장합니다. 하기야 그런 사실들은 영화를 다 보고 나야 끼워맞출 수 있는 성질의 것이긴 하지만요.)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면의 충격이 덜해지지 않는 이유겠지요.
여튼 이 영화는 마지막 한 방만이 섬찟할 뿐이지만, 보는 내내 흥미를 놓치지 않는, 썩 훌륭한 '공포영화'입니다. 편견인지 몰라도 프랑스/네덜란드제 납치범이 아니라 미국제 납치범이었다면, 그 잔악한 행위들에 기가 질릴지언정, 이 영화만큼 '섬찟'한 느낌을 받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고보면 <헨리: 연쇄살인범의 초상>에 분개하던 <나의 즐거운 일기>의 난니 모레티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하는군요. 스트레이트하기만 할 뿐, '품위'가 없잖아요, 헨리는? 어쩐지 이해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느낌도 들고. 하지만 이 영화의 레이몽 같은 인간을 도대체 누가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2005·05·28 22: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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