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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叫 절규 ★★★☆

叫 절규 ★★★☆
감독 : 黑澤淸 쿠로사와 키요시 (구로사와 기요시)
naver
    imdb

올해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챙겨본 유일한 영화입니다. 꽤 기대했던 영화에요. 영화도 영화지만 키요시사마가 지난 수요일 '감독과의 대화'를 위해 오신다잖아요. 진작에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려고 했으나 관람료가 '1만원'이라고 해서 뭔가 전산착오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미루고 있다가, 나중에 다시 접속해보니 매진이더군요. 아... 먼발치에서나마 뵙고 싶었는데... ㅠㅠ 그건 그렇고, 아무리 좋은 취지의 영화제라지만 '감독과의 대화'를 한다는 명분으로 4천원이나 더 많이 받다니, 좀 어이가 없더군요.

<절규>는 꽤 쉬워보이는 영화입니다. 키요시 영화가 흔히 그러하듯 애매한 부분도 없고 등장인물들의 행동도 부조리하지 않구요. 영화의 결말부에 가면 일련의 살인사건에 대한 동기와 요시오카(야큐쇼 코지 분)의 환각에 대한 설명까지 모든 게 깔끔하게 설명이 됩니다. 잘짜인 추리소설을 보는 것 같아요. 키요시의 공포영화치고는 흔치 않은 케이스 아닌가요? 때문에 영화는 썩 재밌어요. 별로 무섭지는 않아도. 

<절규>가 쉬워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영화가 '원혼의 한풀이'라는 전형적인 동양 호러 영화의 소재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속 살인사건의 동기가 개인적 원한관계로 환원되는 거지요. 하지만 거기엔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이 있습니다. 애인도 가족도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을 이용할 뿐인, 뭐 그런 원자화, 고독감, 무관심... 이딴 뻔한 메시지를 제 입으로 전하려니 낯뜨겁군요. 직접 보시길... 

키요시의 영화를 '무서워서' 보는 사람은 없겠죠. <절규> 역시 거의 안 무섭습니다. 유령이 자주 나오지만, 유령이 나오기까지가 으시시하지, 일단 나오고 나면 전혀 무섭지 않아요, 이번에도. 키요시의 유령이 안 무서운 가장 큰 이유는 등장인물에게 직접적으로  해코지를 끼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강령>이나 <도플갱어>에서처럼 말이에요. <회로>에서는 어땠던가?... 그런 맥락에서 <절규>의 마지막 살인씬-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웠던 장면-은 꽤 의외였습니다. 일반적인 공포영화의 규칙을 노골적으로 차용한, 키요시답지 않은 장면이었거든요. 네트net이든 사악한 나무이든 오컬트적인 심령의 효과든, 뭔가 초월적인 존재의 의지가 평범한 사람에게 설명하기 힘든 '감화'를 일으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키요시 영화의 일반적인 패턴이었으니까요. 뭐 아무래도 상관없는 얘기지만, 거기서 유령에 의해 살인이 저질러질 것이라고 저는 예상을 못했기 때문에, '어, 어쩔라고 저러지 저러지...?' 싶으면서도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키요시의 유령이 안 무서운 또 다른 이유는, 물론 키요시의 의도이겠지만, 전혀 귀신답지가 않아서겠지요. 그 흔한 특수효과랑 하나없이 단지 조명만으로 '얘는 귀신'이라고 소개를 하는 판이니 무서울리가 없잖아요. 그래도 명색이 공포영화인데, 저렇게 무성의하게까지 유령을 등장시키다니... 뜬금없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꽤 웃겼답니다.

키요시의 비관적인 세계관은 <카리스마>나 <회로>에서 보듯이 결국 '세계멸망'으로 치닫고는 하지요. <절규>에는 키요시의 영화로서는 드물게 선의에 찬 인간(?)이 등장하고 그녀로 인해 요시오카도 관객도 잠시 위안을 받지만, 그녀도 결국 떠나버리고 '너희들도 죽어'라는 유령의 저주와 함께 세계는 다시 파국으로 치달을듯 합니다.  마지막 장면, 요시오카가 걸어가는 그 황량한 거리 위로 <회로>에서처럼 폭격기가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것 같았습니다.

키요시 영화가 흔히 그러하듯 <절규>의 공포는 태반이 '배경'에서 나옵니다. 어두침침한 방안과 무채색의 거리풍경. 요즘 일본은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던데 <절규>에서는 여전히 암울하군요. 버블시대에 짓다만 건물들이 아직도 내팽겨쳐져 있고 지진은 시도때도없이 일어나고...

배우에 대해 말하자면... 야쿠쇼 코지는 선량한 듯 하지만 언제 폭력적으로 변할지 모른 '광기'를 품고 있는 불안정한 캐릭터를 언제나처럼 잘 연기해 주고 있구요. 조연이지만 오다기리 죠도 나옵니다. 하루네 역의 小西真奈美 코니시 마나미로 말할 것 같으면... 쳐다만 보고 있어도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영화속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2007.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