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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Soul of a Man, The 소울 오브 맨 ★★★☆

Soul of a Man, The 소울 오브 맨 ★★★☆
Directed by Wim Wenders
imdb

전 블루스라봐야 다들 아는 뮤지션들 이름 몇 개 아는 게 고작이지만, 이 영화는 꽤 재밌게 보았습니다. 그건 이 영화가 빔 벤더스의 전작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처럼 누구나 감동시킬 절절한 사연을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니에요. 이 다큐가 다루고 있는 세 명의 뮤지션들은 이미 죽은지 오래된 사람들인지라 <부에나...>의 할아버지들처럼 자신의 기구하고 고달픈 인생을 직접 얘기하며 관객을 감동시킬 기회가 없지요. 이 영화가 감동을 준다면 그건 뮤지션들의 사연 때문이 아니라 블루스 자체가 주는 감흠 때문일 것입니다. 조악한 음질에 기타만 두들기는 빈약한 사운드 때문에 옛 블루스맨들의 음악이 맘에 안 드시는 분들도, 그들의 음악을 리메이크해서 부르는 요즘 뮤지션들의 음악은 분명 매력적이라 생각되실 겁니다. 가령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션의 그 파워풀한 공연처럼 말이죠.

영화 자체가 재밌었던 건 아니지만, 이전엔 알지 못했던 블루스 음악의 매력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2004·08·23 00:19 )


아래는 영화제 소개글 입니다.

TITLE (K)  소울 오브 맨
 
TITLE (E)  The Soul of a Man
 
DIRECTOR  빔 벤더스   Wim Wenders
 
ADDITION  2003 | 35mm  | 96min  | 米국  | color/b&w  

“그들의 노래는 나에게 세계를 의미했다. 그 노래들 안에는 내가 미국에 관해 읽었던 그 어떤 책들에서보다, 또 내가 보았던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더 많은 진실이 담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의 음악과 목소리에서 받은 영감과 감동을 시처럼 표현하고자 했다.” - 빔 벤더스
빔 벤더스가 가장 좋아하는 세 명의 블루스 뮤지션 스킵 제임스, 블라인드 윌리 존슨, J.B. 르누아르를 통해 블루스의 역사를 재구성한 작품. 동시에 블루스의 기원을 향해 떠난 성지순례이기도 하다. 세 뮤지션의 드라마틱한 삶과 음악을 감독이 연출한 재현화면과 희귀한 기록영상, 그리고 루 리드, 닉 케이브, 루신다 윌리엄스, 카산드라 윌슨 등 현재의 쟁쟁한 뮤지션들이 그들의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들을 엮어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잊혀졌던 세 명의 블루스 뮤지션의 전설을 통해 신과 악마, 신성과 불경, 성스러움과 세속적인 것 사이에 놓인 음악인 블루스가 지닌 극적인 긴장감과 함께 오랜 시간 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블루스의 살아있는 생명력을 발견하게 만드는 감동적인 작품.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7명의 거장 감독들이 블루스 음악에 헌정한 다큐멘터리 연작 “더 블루스” 시리즈를 특별상영합니다. 기타를 칠 수 있었다면 영화감독이 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할 정도로 열렬한 음악광인 마틴 스콜세즈의 제작 총지휘로 만들어진 “더 블루스” 시리즈는, 스콜세즈 본인을 포함하여 빔 벤더스,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이크 피기스, 찰스 버넷, 마크 레빈, 리처드 피어스 등 블루스에 강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7명의 감독이 자신들만의 특유한 영상언어로 블루스 음악의 역사와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는 매혹적인 다큐멘터리입니다. 총 상영시간 11시간에 달하며 미국 대륙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유럽까지 가로지르는 이 엄청난 프로젝트에서 7명의 감독들은 블루스 음악의 뿌리를 탐색하고 그 음악에 담긴 영혼의 울림을 영상으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이번 특별상영에서는 국내 개봉되었던 빔 벤더스의 <소울 오브 맨>을 포함해서 마틴 스콜세즈의 <고향으로 가고 싶다>, 찰스 버넷의 <악마의 불꽃에 휩싸여>, 리처드 피어스의 <멤피스로 가는 길>, 마크 레빈의 <아버지와 아들>, 마이크 피기스의 <레드, 화이트 그리고 블루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피아노 블루스>까지 7편의 연작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합니다. 음악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로드무비인 이 7편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블루스의 여정을 따라 펼쳐지는 음악과 영상의 향연에 흠뻑 취해보시기 바랍니다.

▣ 미국 음악의 진정한 정수, 블루스의 원형을 찾아서

“블루스가 뿌리이며, 다른 모든 것들은 그 열매이다.” - 윌리 딕슨
“더 블루스” 시리즈의 긴 여정을 가능하게 한 음악 블루스는 과연 어떤 음악인가. 블루스는 19세기 중엽 미국 흑인들 사이에서 생겨난 대중가곡 및 그 형식을 원형으로 하고 있다. 노예시대 흑인들의 노동가나 영가 등 주로 집단적으로 불리던 소박한 민요가 개인이 부르는 노래로 바뀌어 블루스가 된 것이다. 따라서 블루스 음악 깊숙한 곳에는 흑인들의 고난에 찬 역사와 비참한 생활 그리고 인간적인 슬픔, 고뇌, 절망감 등이 내재되어 있다. 이들의 음악이 듣는 이의 가슴을 절절하게 울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블루스의 음악적 특징과 형식은 20세기에 들어와 재즈의 음악적 바탕이 되었고 미국 대중음악 전반에 걸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더 블루스” 로드 트립은 그 근원인 남부 개척지의 노예 집단으로부터 미국 대륙을 종단하여 블루스가 자리잡아간 흔적을 쫓고 있다. 아프리카 음악과 신대륙 음악의 혼합체인 블루스의 영향력은, 20세기 초 아프리칸-아메리칸이 ‘대이주’를 시작한 미시시피 삼각주로부터 루이지애나와 텍사스를 가로지른다. 그 후 북쪽으로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난 해방 노예들과 그 후예들이 정착한 북부의 멤피스, 세인트루이스, 시카고, 디트로이트까지 퍼져간다. 미 대륙 전체에 퍼지게 된 이 새로운 음악 양식인 블루스는 끊임없이 그 영역을 넓혀갔다. 재즈, 가스펠, 컨트리 등 각 지역에 고유한 음악 형식과 블루스 안에 내재된 끝없는 다양성이 조합되어 미국 대중음악 각각의 스타일이 완성된 것이다.
1950-60년대에 이르면 블루스는 대서양을 건너게 되고, 영국의 젊은 청중과 뮤지션들은 미국의 블루스에 심취해 블루스의 부활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로큰롤의 시기였던 60년대 동안 블루스는 많은 록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록 음악의 뿌리가 되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많은 음악팬들과 레코드 수집가들에게서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던 블루스는 1990년대 초 미국에 기반을 둔 음악에 대한 열광적인 붐과 함께 다신 한번 활발하게 꽃피우게 된다. 블루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곡가이자 로큰롤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뮤지션 윌리 딕슨이 “블루스가 뿌리이며, 다른 모든 것들은 그 열매이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로큰롤, 재즈, 리듬앤블루스, 힙합 등 오늘날 가장 인기있는 사운드들의 뿌리는 명백히 블루스의 탄생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