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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ゼブラ-マン 제브라맨 ★★★★

ゼブラ-マン 제브라맨 ★★★★
감 독 : 미이케 다카시(三池崇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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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천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미이케 다카시의 유일한 영화인 <제브라맨>은 "패밀리 섹션"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찾아왔습니다. 미이케 다카시의 영화는 그 소재와 장르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기 때문에 "패밀리 섹션"에서 상영되는 영화라는 게 이상할 것은 없지만, 부천영화제의 색깔이나 그가 우리나라에 알려진 방식을 떠올려보면, 역시 이상하다, 싶을 수 밖에 없었죠.

사실 영화는 패밀리 섹션의 취지에 잘 부합하는 영화는 아니었어요. 노출이 심하거나 피가 튀기지는 않지만, 주인공 이치카와 신이치 가족들의 콩가루 일보직전 상황이나 등장인물들의 음담패설 등은 아이들이 보기에 적절하지 않은 설정이었지요. 제브라맨의 슈퍼 히어로로서의 면모도 정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 앞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이 신나는 영화를 시큰둥하게 볼 따름이더군요.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미이케 다카시의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엄청 재밌는 영화였어요. 황당한 설정과 패러디(사다코의 쇼킹한 변신을 볼 수 있답니다!), 그리고 <극도공포대극장 우두>를 기억나게 하는 기발하고 썰렁한 유머를 선보입니다. 교감 선생의 자기실현적 시나리오는 <20세기 소년>을 연상시키지 않나요?

미이케 다카시 외에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시나리오에 참가한 쿠도 칸쿠로지요. <나의 마법사>, <키사라즈 캐츠아이>, < I.W.G.P > 같은 드라마 각본과 <고>, <핑퐁> 등의 시나리오를 쓴 이 인기 작가가 <제브라맨>의 시나리오를 맡았다는 소식은 이 영화를 기다리게 만든 또 다른 이유였습니다. 황당함의 극치를 달리는 두 사람의 상승효과란 어떠할까...? 쿠도 칸쿠로가 시나리오를 쓴 극장판 <키사라즈 캐츠아이>에서 아이카와 쇼우가 등장하여 그 동네에 <제브라맨>이라는 영화를 찍기 위해 들렀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게 이 영화였어요. ^^

역시 아이카와 쇼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죠. 야쿠자 영화나 하드보일드한 형사역으로 유명한 이 터프가이는 이 영화의 초반, 아주 망가져선 온갖 재롱을 떨어댑니다. 그의 100번째 주연작이라는군요. 스즈키 교카의 제브라너스 의상도 쇼킹했지요.^^ 영화내내 '사면발이' 때문에 연신 사타구니를 긁는 망가지는 연기를 보여준 와타베 아츠로도 반가운 얼굴이었구요, 또 빠지는 데 없는 오오스기 렌, 쿠도 칸쿠로 일당의 한 명인 그 배우-이름은 기억 안납니다만, <키사라즈 캐츠아이>의 오지상으로 열연을 펼쳤던-도 카메오로 등장합니다.

여튼 몇개월을 눈빠지게 기다린 보람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2004·07·17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