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Look Now 지금 뒤돌아 보지 마라 ★★★★☆
Directed by Nicolas Roeg
imdb
이 영화는 정말 무섭습니다. 지금까지 본 영화들 중에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마지막에 '빨간두건' 소녀의 정체가 드디어 드러나는 장면에선 소름이 쫙~ 끼치는게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였어요. 이런 공포감은 <링> 이후 처음입니다. 좀 호들갑스럽지만, 정말이에요. ^^;;
그런데 이 영화가 공포감 혹은 불안감을 주는 방식은 좀 기묘합니다. 영화를 통털어 칼부림은 한 번 뿐이거든요. 몇 명의 사람이 죽긴 하지만 누가 죽었다는 소문이거나 먼발치에서 물에서 건져낸 시체로만 처리될 뿐입니다. 대신 관객을 쉴 새 없이 불안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응시'입니다. 영화에서 비중없는 배우들이 주인공을 빤히 쳐다봅니다. 그러면 시선의 대상이 되는 주인공들이나 그 상황을 지켜보는 관객이나 무지하게 불안해져요. 상상해보세요. 실제 삶에서 누가 그런 식으로 쳐다본다면 당장 불쾌함을 느끼겠지만, 그 사람이 자신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시간이 오래 지속될수록 불쾌감은 불안과 공포로 바뀌고 이내 증폭되지 않겠습니까? 영화는 등장인물의 시선뿐만 아니라 모자이크 된 눈동자의 모습이나 뱃머리에 장식된 눈 장식 등을 빌어, 이유없이 '응시'되고 있는 주인공의 이미지를 강화합니다. 실제로 그런 응시는 내러티브를 완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해 삽입된 거지만, 그 효과는 엄청났어요.
편집도 영화의 공포감을 확장하는데 일조합니다. 특히 딸이 웅덩이에 빠져죽는 장면과 John Baxter(Donald Sutherland 분)가 마지막 빨간두건소녀를 쫓아가는 장면에서 그 효과가 두드러집니다. 실수로 넘어뜨린 물컵이 '교회안에서 등지고 서있는 딸아이'가 담겨있는 슬라이드(그 슬라이드는 영화의 결말에 대해 암시합니다.)의 빨간 색을 번지게 하고,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에 집을 뛰쳐나간 Baxter와 물웅덩이에서 공놀이를 하는 딸아이를 평행편집으로 보여줍니다. 빠른 화면전환과 슬로우모션으로 딸아이의 익사가 드러나고 Baxter의 절규는 묵음으로 처리됩니다. 허허.. 말로 설명하니까 좀 엉성한데, 여튼 그 기묘한 템포는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어두컴컴한 미로같은 베니스의 뒷골목을 헤집으며 빨간두건 소녀를 쫓아가는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짧은 컷으로 교차편집되는 Baxter와 그의 아내를 지켜보고 있으면 다가오는 공포의 예감 때문에 그 불안감이 배가됩니다. 드디어 빨간두건이 뒤돌아서고...! 아, 다시 생각해도 섬찟하군요. 경동맥에서 솟구치는 핏줄기는 너무 빨개서 현실감이 좀 떨어졌지만, 여튼 무지하게 무서운 장면이었어요.
이 영화는 '조금씩 어긋남'들이 모여 영화 전체에서 압도적인 공포감을 느끼게 합니다. 조연배우들의 삐딱하고 심중을 알 수 없는 애매한 태도는, 우리가 영화에서 만나는 규격화된 연기나 촬영방식-시선의 처리나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할당되는 카메라의 촬영시간-이 어긋나게 되면, 영화가 보여주는 사소한 몸짓과 사건들도 얼마나 큰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영화를 본다는 행위가 그만큼 학습된 결과라는 것이 드러나지요. 그런 학습의 범위를 벗어나는 사례들을 잔뜩 모아놓으니 영화가 이렇게 무서워졌습니다. 관객들이 동일시 하게 되는 희생자인 사람의 시점이 아니라 악마의 시점으로 숲속을 헤집는 <이블 데드>의 시점숏처럼, 이 영화는 관습화된 영화관람 태도의 맹점을 공략해서 엄청난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영화에요.
Julie Christie와 Donald Sutherland의 그 열렬한 섹스씬은 왜 넣었나 모르겠어요. 뭐 볼만은 했습니다만 영화의 전체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았거든요.
John Baxter를 파멸로 이끄는 원인이 되는 그의 착시(?)도 곰곰히 생각해보니 섬찟하군요. 그러니까 그는 미래의 장면을 본 것인데... 베니스는 아름다운 도시라고 알려져있지만, 골목 구석구석에 스며있는 불길한 기운에 그 도시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가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빨간두건 소녀를 조심하세요. ^^ (2004·04·25 07:28)
아래는 영화제 소개글.
지금 뒤돌아 보지 마라 / Don't Look Now
영국| 1973 | 88 min | 35mm | Color | Feature
Director_니콜라스 뢰그 Nicolas Roeg
Synopsis
베니스로 가기 전, 존과 라우라의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는 갑작스러운 딸의 죽음으로 치유하기 어려운 삶의 상처를 가지게 된다. 슬픔을 달래기 위해 베니스로 가게 된 그들은, 우연히 만나게 된 어느 장님으로부터 죽은 딸이 행복한 모습으로 부모들 주위에 서있다는 말과 그들이 베니스에 남아 있으면 존의 신변이 아주 위험하다는 경고를 받게 된다.
Director
니콜라스 뢰그 Nicolas Roeg
1928년 영국 런던 출생. 그의 영화들은 성과 폭력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면서, 인류 문명과 영화매체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뒤흔든다. 그는 영국이 낳은 가장 도전적인 작가 중 하나이고, 시공간을 다루는 능숙한 편집으로 영화언어의 다른 가능성을 찾으려 했으며 자신을 탐구하는 상황에 놓여진 인물들을 성찰한다. 군복무후 영화계에 입문하여 촬영감독으로 활동하다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의 중요한 대표작은 <퍼포먼스>(1970), <도보여행>(1971),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1976) 등이 있다.
Directed by Nicolas Roeg
imdb
이 영화는 정말 무섭습니다. 지금까지 본 영화들 중에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마지막에 '빨간두건' 소녀의 정체가 드디어 드러나는 장면에선 소름이 쫙~ 끼치는게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였어요. 이런 공포감은 <링> 이후 처음입니다. 좀 호들갑스럽지만, 정말이에요. ^^;;
그런데 이 영화가 공포감 혹은 불안감을 주는 방식은 좀 기묘합니다. 영화를 통털어 칼부림은 한 번 뿐이거든요. 몇 명의 사람이 죽긴 하지만 누가 죽었다는 소문이거나 먼발치에서 물에서 건져낸 시체로만 처리될 뿐입니다. 대신 관객을 쉴 새 없이 불안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응시'입니다. 영화에서 비중없는 배우들이 주인공을 빤히 쳐다봅니다. 그러면 시선의 대상이 되는 주인공들이나 그 상황을 지켜보는 관객이나 무지하게 불안해져요. 상상해보세요. 실제 삶에서 누가 그런 식으로 쳐다본다면 당장 불쾌함을 느끼겠지만, 그 사람이 자신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시간이 오래 지속될수록 불쾌감은 불안과 공포로 바뀌고 이내 증폭되지 않겠습니까? 영화는 등장인물의 시선뿐만 아니라 모자이크 된 눈동자의 모습이나 뱃머리에 장식된 눈 장식 등을 빌어, 이유없이 '응시'되고 있는 주인공의 이미지를 강화합니다. 실제로 그런 응시는 내러티브를 완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해 삽입된 거지만, 그 효과는 엄청났어요.
편집도 영화의 공포감을 확장하는데 일조합니다. 특히 딸이 웅덩이에 빠져죽는 장면과 John Baxter(Donald Sutherland 분)가 마지막 빨간두건소녀를 쫓아가는 장면에서 그 효과가 두드러집니다. 실수로 넘어뜨린 물컵이 '교회안에서 등지고 서있는 딸아이'가 담겨있는 슬라이드(그 슬라이드는 영화의 결말에 대해 암시합니다.)의 빨간 색을 번지게 하고,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에 집을 뛰쳐나간 Baxter와 물웅덩이에서 공놀이를 하는 딸아이를 평행편집으로 보여줍니다. 빠른 화면전환과 슬로우모션으로 딸아이의 익사가 드러나고 Baxter의 절규는 묵음으로 처리됩니다. 허허.. 말로 설명하니까 좀 엉성한데, 여튼 그 기묘한 템포는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어두컴컴한 미로같은 베니스의 뒷골목을 헤집으며 빨간두건 소녀를 쫓아가는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짧은 컷으로 교차편집되는 Baxter와 그의 아내를 지켜보고 있으면 다가오는 공포의 예감 때문에 그 불안감이 배가됩니다. 드디어 빨간두건이 뒤돌아서고...! 아, 다시 생각해도 섬찟하군요. 경동맥에서 솟구치는 핏줄기는 너무 빨개서 현실감이 좀 떨어졌지만, 여튼 무지하게 무서운 장면이었어요.
이 영화는 '조금씩 어긋남'들이 모여 영화 전체에서 압도적인 공포감을 느끼게 합니다. 조연배우들의 삐딱하고 심중을 알 수 없는 애매한 태도는, 우리가 영화에서 만나는 규격화된 연기나 촬영방식-시선의 처리나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할당되는 카메라의 촬영시간-이 어긋나게 되면, 영화가 보여주는 사소한 몸짓과 사건들도 얼마나 큰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영화를 본다는 행위가 그만큼 학습된 결과라는 것이 드러나지요. 그런 학습의 범위를 벗어나는 사례들을 잔뜩 모아놓으니 영화가 이렇게 무서워졌습니다. 관객들이 동일시 하게 되는 희생자인 사람의 시점이 아니라 악마의 시점으로 숲속을 헤집는 <이블 데드>의 시점숏처럼, 이 영화는 관습화된 영화관람 태도의 맹점을 공략해서 엄청난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영화에요.
Julie Christie와 Donald Sutherland의 그 열렬한 섹스씬은 왜 넣었나 모르겠어요. 뭐 볼만은 했습니다만 영화의 전체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았거든요.
John Baxter를 파멸로 이끄는 원인이 되는 그의 착시(?)도 곰곰히 생각해보니 섬찟하군요. 그러니까 그는 미래의 장면을 본 것인데... 베니스는 아름다운 도시라고 알려져있지만, 골목 구석구석에 스며있는 불길한 기운에 그 도시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가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빨간두건 소녀를 조심하세요. ^^ (2004·04·25 07:28)
아래는 영화제 소개글.
지금 뒤돌아 보지 마라 / Don't Look Now
영국| 1973 | 88 min | 35mm | Color | Feature
Director_니콜라스 뢰그 Nicolas Roeg
Synopsis
베니스로 가기 전, 존과 라우라의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는 갑작스러운 딸의 죽음으로 치유하기 어려운 삶의 상처를 가지게 된다. 슬픔을 달래기 위해 베니스로 가게 된 그들은, 우연히 만나게 된 어느 장님으로부터 죽은 딸이 행복한 모습으로 부모들 주위에 서있다는 말과 그들이 베니스에 남아 있으면 존의 신변이 아주 위험하다는 경고를 받게 된다.
Director
니콜라스 뢰그 Nicolas Roeg
1928년 영국 런던 출생. 그의 영화들은 성과 폭력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면서, 인류 문명과 영화매체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뒤흔든다. 그는 영국이 낳은 가장 도전적인 작가 중 하나이고, 시공간을 다루는 능숙한 편집으로 영화언어의 다른 가능성을 찾으려 했으며 자신을 탐구하는 상황에 놓여진 인물들을 성찰한다. 군복무후 영화계에 입문하여 촬영감독으로 활동하다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의 중요한 대표작은 <퍼포먼스>(1970), <도보여행>(1971),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197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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