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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Wicker Man, The 위커맨 ★★★☆

Wicker Man, The 위커맨 ★★★☆
Directed by Robin Hardy
imdb    naver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불면의 밤1 : 컬트의 밤 >이라는 제목으로 철야상영한 4편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와 <육체로봇 막셀리, 행위예술가 / Performer, Marcel - Li Flesh Robot >, <데이지즈 / Daisies Sedmikrasky >, 그리고 <지금 뒤돌아 보지 마라 / Don't Look Now >를 보았는데, <육체로봇>과 <데이지즈>는 보다가 자버렸어요.

<위커맨>은 신흥 이교를 믿으며 종교적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어느 섬마을을 배경으로 합니다. 영화는 어느 소녀의 실종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 섬마을에 찾아온 본토 출신의 경건한 크리스쳔인 경찰의 시점을 빌어 이 섬마을 사람의 기묘한 종교행위의 실체를 추적합니다.  

경찰은 정통적인 기독교인의 시각으로 이 이교도들을 관찰합니다. 그는 혼음을 일삼는 섬사람들의 방탕한 성의식을 비난하고 목사가 떠난지 오래되어 폐허로 전락해버린 교회에 한탄하며 나무토막으로 십자가를 만들어 세웁니다. '결혼 전엔 순결을 지켜야한다'는 기독교 윤리에 따라 노골적으로 유혹해오는 여관집 딸을 거부하구요.(결국 그 때문에 죽임을 당하게 되지요.) 경찰은 마치 죽음을 각오하고 이교도의 땅에 발을 디딘 기독교 초기의 순교자처럼 행동하지요. 종교적 신념에 차 이교도들에게 하나님의 심판을 경고하는 배타적인 순교자 말입니다.

이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신흥 이교도들의 사교(邪交)적인 종교행위를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독교의 권위 자체에 대한 비판까지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처녀생식을 희망하며 모닥불을 뛰어넘는 종교의식을 행하는 일단의 나체소녀들을 경찰이 비난하자, 이 섬마을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Summerisle은 마리아도 동정녀로 예수를 잉태하지 않았냐고 맞받아치죠. 적어도 저같은 비기독교인 입장에서 보자면 그 두 가지 경우에 실질적인 차이가 없어보입니다. '순교'의 순간에 찬송가를 부르며 부활을 기도하는 경찰의 모습은, 그를 화형시키며 다음해의 풍작을 바라는 노래를 합창하는 섬마을 사람들과 비교하여, 광신적인 몰이성에 있어서 역시 차이가 없어보입니다.  

물론 이 영화는 이교의 부흥을 꾀하거나 기독교가 지배하는 사회질서 자체에 반대하는 그런 전복성을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인신제물도 불사하는 이교를 몰아내고 Christianiy만이 유일한 신앙으로 받아들여지는 유럽의 종교 질서를 지지하는 영화도 아닙니다. 공권력을 앞세워 '감금'을 무기삼아 마을사람들에게 수사 협조를 강요하는 경찰의 고압적인 자세는, 배타적인 종교적 권위를 가지고 유럽사회를 지배하는 기독교의 억압성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씨퀀스가 주는 강렬한 공포감은 집단적 몰이성이 드러내는 폭력성 때문이지, 그것이 딱히 이교도의 종교행위라서가 아닙니다. 기독교가 지배하던 시대의 마녀사냥을 비슷한 방식으로 묘사해도 똑같이 무서웠을 거에요.

이 영화는 반쯤은 뮤지컬이에요. 흥겹지만 불길한 음악들이 전편에 흐르고 등장인물들은 거기에 맞춰 노래부르거든요.

여튼 무척 무섭고 재밌는 공포영화였습니다. 드디어 위커맨이 등장했을 때 느꼈던 공포감은 거의 압.도. 수준이었어요.   (2004·04·25 07:23 )



아래는 영화제 소개글.

위커맨 / The Wicker Man  

영국| 1973 | 140 min | Digibeta | Color | Feature
Director_로빈 하디 Robin Hardy  
   
Synopsis
열두 살 어린 소녀의 실종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 어느 경찰관이 스코틀랜드의 한 섬으로 파견된다. 육지에서 온 경찰관의 강렬한 기독교적 믿음은 이 섬 공동체 주민들의 오래된 종교적인 믿음, 문화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Director
로빈 하디 Robin Hardy
영국 출신 감독. 파리의 한 예술학교(the Beaux-Arts)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였고, 이후 영화로 관심을 돌린다. 자신이 만든 영화사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다가 캐나다의 방송국(CBC)에서 방송작가와 연출가로 일한다. 그 뒤 다시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연극계에서 다양한 방면에서 일하면서 국제적 규모의 연극에 참여하게 된다. 그 뒤 만든 몇 편의 영화 중 <위커맨>은 다양한 소수집단들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인 컬트현상을 일으킨다.  

 

 

 


처녀생식을 기원하는 나체의 소녀들. 저 모닥불 위를 팔딱 건너뛰면 처녀가 애를 밴대나...


섬마을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서머아일 경. 드라큘라 역으로 유명한 Christopher Lee가 연기했습니다. 위커맨에 갇혀 화형을 기다리는 경찰의 모습도 보이는군요.


불타고 있는 위커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