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의 아내, 9명의 정부 ★★★☆
감독 : 이치카와 콘
'여자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이외의 다른 이유로 이 영화를 여성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한 거라면, 이거 보통 넌센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상하고 핸썸한 한 남자에 대한 열 명의 여인들의 집착엔 어떤 사회학적 해석도 불가능해 보입니다. 단지 치정에 얽힌 집착만 있을 따름이지요. 영화의 후반부에 바람둥이 남자가 여성에 의해 '사육'되는 입장에 처하게 되는 설정은 '전복의 쾌감'도 느끼게 하지만 그것만으론 이 영화를 '페미니즘 영화'로 해석하기엔 부족하지요.
이 영화가 정작 목표했던 건 고도 성장기의 일본 사회에 대한 희극적인 소묘였을 것입니다. 남자 주인공 카제는 쏟아지는 일에 치여 항상 피곤에 쌓여있고, 그의 사무실은 소란스럽게 일하는 사람들로 정신없습니다. 무위도식을 강요당하자 그만 울고 마는 카제의 모습은 일이 아니면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없는 현대인의 일중독을 상징하는거겠지요.
이름은 모르겠지만 세 명의 여배우들이 특히 눈에 띕니다. 카제의 부인 역을 맡은 배우와 모델, 그리고 배우 역을 맡은 세 배우요. 그녀들을 쳐다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2004·04·06 23:07)
아래는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퍼왔습니다.
1명의 아내, 9명의 정부/Ten Dark Women
감독 : 이치카와 콘
일본/ 1961/ 103분/ 35mm/ 드라마
<1명의 아내, 9명의 정부>는 이 섹션의 다른 영화들과는 아주 다르다.
이치카와 콘이 감독하고 그의 파트너이자 아내인 와다 나츠토가 각색한 이 영화는 복잡하게 뒤얽힌 범죄물 플롯을 가미하여 바람둥이 호색한에 대한 여성들의 집단적인 복수를 그린 블랙 코미디이다.
9명의 정부 사이에서 줏대 없이 왔다갔다하는 TV 프로듀서 카제 마츠키치는 그의 정부들이 자신을 죽이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공포에 시달린다. 그는 급기야 호색한 남편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사업에서 즐거움을 찾던 아내에게 도움을 구한다. 영리한 아내, 카제 후타바(야마모토 후지코 분)는 덜미를 잡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정부들은 자기 꾀에 빠져 여기에 걸려들고 만다. 미디어 업계의 상실된 인간관계에 대한 누아르풍의 사회풍자극인 이 영화에서 가장 매혹적인 점은, 이 영화가 일본 영화계에서는 매우 드물게 남성에 대한 여성들의 복수를 섬뜩하리만큼 통렬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악녀’를 연기한 10인의 제각기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 또한 일품이다. 카제 마츠키치의 아내로 분한 야마모토 후지코는 당시 최고 개런티를 받는 일류배우였고, 키시 케이코 또한 쿨하고 지적인 아름다움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배우이며, 연극 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키시다 쿄코는 독특한 스타일로 유명했다.
그들이 맡은 캐릭터와 연기를 통해 놀라운 매력을 분출한 이 여배우들 덕분에 < 1명의 아내, 9명의 정부 >는 2003년 상영 당시 젊은 관객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치카와 콘(Ichikawa Kon)
이치카와 콘 감독은 동경대 출신으로, 후에 애니메이션을 공부해서 1946년 인형극 영화 < 도조사의 소녀 A Girl of Dojo Temple >로 감독 데뷔를 하였다. 그리고 이치카와 콘 감독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 거미집의 성 >과 < 7인의 사무라이 >에서 조감독 생활을 하였다.
< 1명의 아내, 9명의 정부 >에서 한 가지 아쉬운 사실은 이 영화의 필름이 미국의 일본 점령 당시 당국에 의해 압수되어 파괴됐다는 사실이다. 그의 초기작들 대부분은 삐딱한 유머 감각을 보여주는 일본에선 보기 드문 풍자 코미디였다. 그래서 어떤 평자들은 그를 ‘일본의 프랭크 시내트라’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후기작에서도 여전히 블랙 유머가 있는 영화들을 만들었지만 서양 관객들에겐 19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에 만든 슬픈 드라마풍의 영화가 더 많이 알려졌다.
제17회 베니스 영화제 산 조르쥬상 수상작인 < 버마의 하프 Burmese Harp >(1956)는 불교적 깨달음에 이른 병사가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히게 되는 이야기이고, < Fires on the Plain >(1959)은 전쟁에 패배한 일본 병사들 사이에서 일어난 카니발니즘을 생생하고 냉정하게 표현했다.
이치카와 콘 감독의 주요 작품으로는 산업 공해로부터 오염되어 가는 자신의 절을 지키기 위해 그 절에 불을 지르는 수련 승려에 관한 영화 < 엔조 Enjo >(1958)와 강박 관념에 대한 성적인 면을 다루고 있는 < 기묘한 강박관념 Odd Obsession >(1959), 1965년 칸 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한 < 동경 올림픽 Tokyo Olympiad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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