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lerable Cruelty 참을 수 없는 사랑 ★★★☆

Intolerable Cruelty 참을 수 없는 사랑 ★★★☆
Directed by Joel Coen & Ethan Coen
imdb

길에서 우연히 이 영화의 포스터와 감독의 이름을 확인했을 때, 좀 놀랐습니다. 좋아하는 감독이 요즘 지금 찍고 있는 영화 정도는 꿰차고 있다,는 자부심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 영화 소식은 전혀 알지 못했거든요. 사실 그들의 최근작 두 편, 도 보지 못했더랬죠. 그들의 최근 영화가 초기작 같은 발랄한 장르 비틀기나 기묘한 시점숏 같은 것에 치중하는 데에서 멀어져, 기교면에서 보다 소박해진 대신 더욱 심각해지고 차가와진 세계관 같은 것을 보여주는 것에, 실망이랄까, 뭐야 재미없어졌잖아,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안봤구요. 물론 <파고>나 가 보다 뛰어난 영화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뭐랄까요, 악동기질의 팝스타가 나이를 먹으면서 고분고분해지는 걸 보는 아쉬움이랄까요, 이전의 코엔 형제들의 영화가 너무 맘에 들어 그들의 새로운 스타일에 빠져들 수 없었던 것일 겝니다.

이 영화는 더더욱 맘에 안들었지요. 코엔 형제가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다니! 맛이 갔군! '로맨틱 코미디'라는 건 포스터 상의 문구이니까, 그걸 믿은 제가 경솔했던 거지만, 여튼 저는 '로맨틱'이라는 문구에서 코엔 형제에게 미운 털 박을 근거를 발견한 듯 씁쓸한 쾌감같은 걸 느꼈지요. '그려, 쟤들 변한겨...'

하지만, 역시 제가 경솔했어요. 이 영화는 전혀 로맨틱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결혼은 흥정이고 비열한 사기이며, 사랑은 거짓일 뿐이라고 비아냥댑니다. 매시와 마릴린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결말은 장르적 규칙일 뿐, 코엔 형제들이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영화내내 결혼이라는 위선에 대한 이들의 조롱은 잔인하기가 거의 공포영화 수준이었거든요. 헐리웃 고전 로맨틱 코미디의 정해진 수순을 밟아가지만 거기엔 코엔 영화 초기작을 보는 듯한 황당무계한 사건들(올리의 죽음!)과 음산하고 불길한 인물들이 코엔 형제의 인장처럼 등장합니다.  

재밌는 영화였어요. 배우들의 연기도 멋졌구요.

여튼 코엔 형님들,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다 제가 부족해서 그래요.   (2004·02·27) 2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