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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boy 2: The Golden Army 헬보이 2 : 골든 아미 ★★★★

Ozu 2013. 7. 23. 02:39
Hellboy 2: The Golden Army 헬보이 2 : 골든 아미 ★★★★
Director:Guillermo del Toro
imdb    naver

부끄럽스니다... 영화 또 봤습니다... 제가 그렇죠 뭐.

모국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 감독들이 미국으로 건너간 뒤 자본의 무게에 치여 실망스런 작품을 내놓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Guillermo del Toro의 <헬보이2>는 그 반대입니다. 헐리웃의 막대한 자본과 감독의 상상력이 성공적으로 결합하여 놀라운 수준의 비주얼을 만들어냈습니다. 단언컨대 <헬보이2>는 지금 이시점에 우리에게 가장 창조적이고 환상적인 시각체험을 선사하는 영화일 것입니다. 

제가 원체 크리처가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크리처물로서 <헬보이2>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비교할만한 영화가 없어요. Guillermo del Toro의 크리처는 정교한 수작업의 느낌이 강한데, 그 때문에 더욱 현실적인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The Angel of Death도 대부분이 CG가 아니라 수작업으로 창조된 크리처라고 하는데, 피규어가 있다면 전 아마 사고싶어 미쳐버릴거에요. 일리먼트라는 식물괴물(?)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의 시적인 아름다움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구요. Golden Army의 압도적인 존재감이나 크롤 시장을 가득 메운 크리처들의 향연도 즐겁습니다.

헬보이야 원래 매력이 철철 넘치는 캐릭터이지만, 에이브나 누아다 왕자의 매력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누아다 왕자는 딱히 악당이라고 규정 지을 수 없는 게, 그의 분노의 이유와 Golden Army를 되살리려는 명분에 충분한 설득력이 있거든요. 반면 헬보이는 자신의 존재방식에 대해 고민이 부족한데-누아다 왕자의 질문처럼 도대체 악마인 주제에 왜 그다지도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인간의 편이 되어 싸우냔 말이에요-, 원래 실존적 고민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The Angel of Death의 불길한 예언대로, 아마도 시리즈의 다음편에선 좀더 진지하게 다뤄질거라 기대합니다. 그럴려면 무지 오래 기다려야겠지요. 저로선 호빗의 이전 사연보다 헬보이의 다음 사연이 더 궁금한데 말이죠.

<헬보이2>는 비주얼의 창조성이라는 측면에서 최고수준에 도달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창조성은 상당부분 막대한 자본을 통해서만 실현가능한 것이었구요.(가령 헬보이와 누아다 왕자가 최후의 결투를 벌이는 톱니바퀴 궁전도 CG가 아니라 올림픽 경기장에 지어진 실제 세트라고 합니다.) <헬보이2>의 완성도가 가령 <판의 미로>나 멕시코/스페인 시절 영화와 다른 종류의 것이라 해서 폄하할 필요는 없어요. 헬보이의 세계는 헐리웃의 자본이 아니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었을 종류의 것이고, Guillermo del Toro는 자신의 명성에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냈으니까요. 어쨌거나 <헬보이2>는 누가봐도 Guillermo del Toro의 영화이고 Guillermo del Toro 이외에는 누구도 만들 수 없는 영화라는 건 분명하잖아요? (2008.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