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man Begins 배트맨 - 비긴즈 ★★★☆
Batman Begins 배트맨 - 비긴즈 ★★★☆
Directed by Christopher Nolan
imdb naver
배트맨은 1,2편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전에도 한 번 말했다시피, 팀 버튼이 대단한 감독이라는 건 알겠지만, 저로서는 그다지 좋아하는 감독은 아니거든요. 3,4편은 말할 가치도 없고.
<배트맨 비긴즈>는 무지 기대하고 있던 영화였습니다. 배트맨이라서가 아니라 크리스토퍼 놀란에 크리스천 베일이 나오는 영화라서... 한편으론 걱정도 많았어요. 크리스천 베일이야 뭘 시켜도 잘 하겠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이 액션 블록버스터라니... 크리스토퍼 놀란 덕분에 전혀 새롭고, 팀 버튼과는 다른 방식으로 어두운 영화가 나올거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돈에 깔려 어설픈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걱정도 되었거든요.
시사회로 본(이 글은 영화 본지 몇 주 지나서 쓰는 글이에요.) 소감은, 자본과 소위 작가의 성공적인 조우같군요. 블록버스터에 값하는 볼거리와 놀란과 베일에게 기대하는 뭔가 깊이있는 무엇을 동시에 거머쥔 듯 합니다.
저는 돈 있는 것들은 무조건 싫어서 가령 <아즈망가 대왕>의 치요조차 싫어하는 인간이지만, <배트맨-비긴즈>의 브루스 웨인의 돈지랄은 돈지랄이라고만 생각되지 않는군요. 브루스 웨인이 돈지랄이 가능할만한 부자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자신의 죄책감과 복수심을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었을까, 여전히 의심스럽습니다. 하지만, 놀란 버전의 <배트맨>은 그가 겪었던 고통과 슬픔을 상세히 보여주며 부잣집 도련님이 배트맨이라는 해괴한 영웅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팀 버튼의 배트맨이 정신분열증자일 뿐이라면 놀란의 배트맨은 운명에 희생된 비극의 주인공에서 자기 소명을 발견하고 그 운명을 극복하는 의지에 찬 인간으로 발전하게 되는 거지요. 팀 버튼의 배트맨이 더 재밌는 캐릭터인 건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놀란 쪽이 더 감정이입하기 쉽습니다. 몰입할 서사가 있어야지요 명색이 블록버스턴데.
배트맨은 돈 밖엔 가진 게 없는 순수 인간이기 때문에, 역시 이러저러한 사건 뒤엔 여기저기 멍들고 깨지고 그러는군요. <스파이더맨>이 생각나는 대목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의외였던 부분은 상당히 '웃기다'는 점이었어요. 놀란이나 베일이나 농담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사실 먹히는 농담은 거의 대부분 Michael Caine이 내뱉은 것이고 시나리오도 놀란 혼자 쓴 건 아니지만요.
여튼 꽤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Ducard를 연기한 리암 니슨도 멋졌어요. 어딘지 왜색풍인 건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만... (2005·06·21 23: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