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 on Fire 맨 온 파이어 ★★★★
Man on Fire 맨 온 파이어 ★★★★
Directed by Tony Scott
imdb naver
고다르 영화에 별 세 개를 매기면서 이런 상업영화에 별 네 개를 매기는 저의 저속한 취향을 맘껏 비웃어 주십시요. 어쩔 수 없어요. 이 영화가 저의 감정에 공명하는 정도는 <국외자> 정도와 비교할 바가 아니었거든요. 아무 생각없이 본 영화였는데 이 영화,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심지어 덴젤 워싱턴과 다코다 패닝이 포옹하는 장면에선 슬며시 눈물까지... 민망하게도...
전직 무슨 특수요원이었으나 영화에서 밝혀지지 않는 어떤 과거의 상처 때문에(아마 실패하거나 잔악한 군사작전이 준 정신적 충격때문인 것 같습니다.) 반쯤 폐인 생활을 하고 있던 Creasy(덴젤 워싱턴 분)은 멕시코의 터무니없이 잘사는 젊은 부부의 어린 딸 Pita(다코다 패닝 분)의 보디가드를 맡게 됩니다. 피타는 어찌저찌하여 납치되고 결국 살해(?)당하게 됩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Creasy는 잔인한 복수를 시작하구요...
이 영화을 트집잡는 건 무척 쉬운 일일 것입니다. 우선 Creasy가 죽음을 각오하고라도 Pita의 복수를 할 수 밖에 없는 그 감정상의 논리가 그다지 설득력이 없습니다. 아마도 런닝 타임 때문에 잘린 듯 한데, Creasy와 Pita 사이에 인종과 연령을 초월한 강렬한 사랑의 감정이 자라게 되는 과정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다코다 패닝이 워낙 매력덩어리다보니 '저렇게 귀여운 애가 잔인하게 죽는다면 나라도 복수하겠다' 싶지만, 그거야 어디까지나 저의 롤리타 컴플렉스 때문일테고-_-; 여튼 영화는 그 부분의 설득력이 부족한 듯 보입니다. 마지막의 반전도 '뭐야, 지금까지 날 갖고 논 거야?' 기운빠지게 하는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가장 문제 삼아야 할 부분은 정치적 공정성일 거에요. 전 외국이라고는 나가본 적이 없어서, 멕시코의 치안상태나 현지의 사정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묘사한 건 지 알 지 못하지만, 만약 침소봉대의 과장이 있었다면, 이 영환 그야말로 재수없는 미제영화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타당한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미국 국적을 가진 전직 특수요원이 다른 나라에 침투하여 치외법권적으로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꼬라지는 <람보>를 연상시킵니다. 멕시코 현지의 사정이 이 영화가 묘사하고 있는 것과 별 차이가 없더라도, 꼭 저런 얘기를 멕시코까지 가서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얼마나 안전하고 인간적인 나라라고...
하지만 저런 트집은 제 경우엔 이 영화의 재미에 빠지는데 별로 지장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유괴에 관한 스릴러인 척 하지만 사실 애절한 로맨스에요. 이보다 애절한 로맨스는 최근엔 본 기억이 없어요. 이 영화가 로맨스로 읽히고 Creasy의 잔인한 복수가 설득력을 갖는 건 온전히 다코다 패닝의 매력 때문입니다. 아, 어디서 저런 귀여운 것이 나타났을까요?
이 빠른 컷 전환과 춤추는 카메라... 정신없습니다. 스페인어가 많다보니 영어 자막이 자주 나오는데 자막도 스크린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군요. 일그러지고 흔들리고... 그런 현란한 스타일은 머리도 아프고 속도 울렁거려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이 영화에선 썩 그럴 듯 하군요.
여튼 저로서는 대만족인 영화였습니다. (2004·09·18 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