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review

[EDIF] Journey 여정 ★★☆

Ozu 2013. 7. 22. 20:06

[EDIF] Journey 여정 ★★☆

Directed by Vinayan Kodoth
http://www.ebsdoc.co.kr/2004/kor/index.html

인구 1500만의 도시 봄베이. 그 중 통근수단으로 기차를 이용하는 700만 명에게 매일의 출퇴근은 목숨을 건 위험한 모험이다. 1㎡ 당 22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 기차는 승객의 안전을 위한 장치를 전혀 갖추고 있지 않아, 기차 지붕이나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승객 3000명 정도가 매년 철로에 떨어져 목숨을 잃는다. 영화는 이 어처구니없는 '도시 비극'을 격한 감정으로 고발하는 대신, 명상적이고 시적인 화법으로 담담히 서술한다. 악다구니 쓰며 좁은 객내로 밀어닥치는 아비규환의 장면은 사운드가 제거된 채 묘사되고, 용케 기차에 올라탄 승객들의 무덤덤한 표정은 노예의 그것처럼 피곤해 보인다. 전형적인 시사고발프로그램의 소재를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으로 풀어낸 이 영화의 방식은, 다큐를 ‘변혁의 도구’로 생각하는 관객에겐 다소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의 목표는 다른 데 있다. 빈민촌 위로 여객기가 날아가고, 화려한 광고판 아래 구걸하는 걸인이 공존하는 도시, 희망이 절망에 먹혀버린 저개발국의 대도시에서 무기력의 관성으로 하루하루를 생존해갈 뿐인 대중들이 느끼는 일상의 감각을 재현하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조용하지만 시끄럽다. 최소한의 사운드가 사용됐지만, 기차 승객들이 삶의 터전에서 뱉어낼 고통의 탄식이 스크린 위를 떠도는 듯하기 때문이다. 읊조리는 시구가 선동적인 구호보다 더 큰 호소력을 가질 수 있음을 증명하는 다큐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