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obot 아이, 로봇 ★★★☆
I, Robot 아이, 로봇 ★★★☆
Directed by Alex Proyas
imdb naver
이 영화의 전반부는 좀 썰렁합니다. 웃기지도 않은 미국식 농담을 이죽거리며 사고만 일으키고 다니는 근육질 흑인 형사같은 건 따분한 캐릭터지요. 도입부에서 기억나는 건 윌 스미스의 위압적인 근육(근육을 너무 많이 불려놨더군요. 좀 더 날렵한 몸매가 보기 좋은데..)과 스티비 원더의 'Superstition'뿐이었습니다. 기껏 등장한 로봇들도 심심하게 생긴 외모에 현란한 몸놀림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어서 기대 이하였습니다.
하지만, '써니'가 등장하고 NS-5에 관한 음모들이 점차 밝혀지면서 영화는 졸라 재밌어집니다. 액션씬의 화면 질감도 특이합니다. 뭔가 특별한 조명을 썼다는데, 개각도 촬영이라고 하나요? 동작이 끊기는 듯하면서도 거친 질감을 보여줍니다.
미래 문명에 대한 암울한 비젼은 <마이너 리포트>를 연상시키는군요. 하지만 이 영화쪽이 훨씬 대중적입니다. 액션씬은 현란하고 스피디하지요. 특히 터널에서 수백개의 NS-5가 윌 스미스의 차를 습격하는 장면과 V.I.K.I.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액션씬은 그 규모와 정교함에 탄성을 자아냅니다. 심심하게 생긴 NS-5들도 실제 액션씬에선 놀라운 생동감을 줍니다. 써니가 두 개의 NS-5와 벌이는 결투 장면이 인상에 남는군요.
아시모프의 원작의 완성도에 힘입은 것이겠지만, 이 영화의 플롯도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이 모든 소동이 결국 '로봇 3원칙'의 궁극을 (위반이 아니라) 이행하기 위함이라는 모순적인 설명은 극의 종반에 가면 정말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설득력을 갖습니다. 인간의 편에 선 "써니"의 선택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에요. 인간은 그 많은 자유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걸,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잖습니까?
고딕적이고 암울한 근미래 도시의 골목과 전경은 <다크 시티>, <크로우>등의 영화속 공간과 어딘지 비슷한 느낌이군요. 써니가 어느 언덕에 서있는 익스트림 롱 숏은 이 영화를 <매트릭스> 前편 같은 느낌이 들게 합니다.
실망스러운 건 윌 스미스가 연기한 캐릭터에요. 어쩌면 그런 전형적인 터프가이 이미지가 이 영화의 대중성을 담보하는 한 축인지도 모르겠지만, 마치 <나쁜 녀석들>의 마이크 라우리가 <마이너 리포트>의 공간에 온 것 같다고 할까요? 그의 농담이 썩 재밌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 영화의 비관적인 미래관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엄청난 근육을 갖고 있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그렇게 여러번 내놓고 자랑할 건 없잖아요?
여튼 예상외로 무척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규모와 재미에서, 극장가서 7천원쯤 주고 봐도 아깝지 않을 블록버스터입니다. ( 2004·07·21 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