降靈 강령 ★★★
降靈 강령 ★★★
감 독 : 구로사와 키요시(黑澤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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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큐어>나 <회로>에 비해 한층 더 장르의 컨벤션에 충실합니다. 그만큼 무섭고 이해하기 쉽지요. 심지어 <링>의 그 유명한 '사다코 기어나오기'와 유사한 장면도 있습니다. 아래에 캡쳐한 그림들 보세요, 꽤 으시시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영화가 무섭다는 건 상대적이지요. 키요시의 다른 영화보다 그렇다는 의미지, 다른 상업 공포영화들과 비교한다면 심심한 편입니다. 키요시가 자주 사용하는 그 의미없는 소음들과 불길하고 음산한 공간들은 공포감를 극대화시키려는 '의지'만 있었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감독은 관객을 놀래키거나 무섭게 만드는 데 도통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그는 단지 공포에 직면한 영화속 인물들의 반응을 보고 싶어할 뿐입니다. 관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보고 있자면 소외되버린 듯한 서운함이 느껴질 정도에요.
그의 다른 공포영화은 느슨한 플롯과 난해한 대사들로 상업적 성공을 놓친 대신 다양한 의미의 층위를 획득했습니다. 손쉬운 공포 대신 심층의 불안을 자극하며 심각한 영화팬들을 만족시킨 것이지요. 이해할 수 없어 난감하지만 그게 그의 영화의 매력이겠지요. 하지만, 이 영화는 어중간한 느낌이군요. 이 영화를 공포영화로 즐기기에는 공포의 정도가 약하고, 플롯에는 우연이 너무 많이 개입해 있어 좀 어설픈 느낌입니다. 영화의 메시지도 애매하거나 엉성합니다. 가령 이 영화가 유령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주는 공포감을 묘사한 거라면 <회로> 정도의 절심함이 있어야 했습니다. 죄의식에 대한 얘기로도 읽히기엔 주인공들의 감정이 충실히 묘사되지 않았구요. 뭐 저의 독해력 부족 때문이겠지만..
애매한 장면이 몇 개 있습니다. 아쿠쇼 코지가 겪게되는 도플갱어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저는 야쿠쇼 코지가 곧 죽는가보다,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더군요. 도대체 그건 뭐였으며, 왜 그 시점에 나타난 것일까요?
아이카와 쇼(哀川翔)가 신도의 사제쯤으로 출연합니다. 터무니없는 미스캐스팅이죠? ^^
<회로>가 수입되어 개봉시기를 기다리나 보던데, <회로> 대신 이 영화를 개봉하는 편이 입장수입 측면에서 더 유리할 것 같습니다. 제법 공포영화다운데다 초난강도 나오니까요.
포스터 멋지지 않습니까? 영어판 포스터는 엉망인데 말이죠.... (2004·03·08 23:32)
아래는 영화제 팜플렛에서 펍니다.
TITLE (K) 강령
TITLE (E) Seance
TITLE (O) 降靈
DIRECTOR 구로사와 기요시 Kurosawa Kiyoshi
ADDITION 2001 | 35mm | 97min | 일본 | col l Eng.subtitle
방송국 음향담당인 가츠히코와 그의 아내 준코는 잉꼬부부로 소문난 금슬좋은 부부이다. 평범한 중산층 가족처럼 보이는 이들 부부이지만, 준코에게는 영혼을 불러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한편 초자연적인 의사소통 이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던 철학과 대학원생 하야카와는 준코의 소문을 듣고 그녀를 자신의 연구에 초대한다. 그러던 중 경찰에서 유괴당한 어린 소녀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하는데,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하던 준코의 욕심으로 인해 두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평범한 사람들의 내면에 잠재된 왜곡된 욕망이 만들어내는 공포의 본질을 섬뜩하게 드러내고 있는 영화. 무서운 형상의 귀신이 등장하는 노골적인 장면 없이도 공포의 아우라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며, 정말로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처음 등장한 유령. 이 영화의 유령들은 아주 점잖아서 사람에게 위해를 가한다든지 갑자기 튀어나와 깜짝 놀래킨다든지 하는 일이 없습니다. 때문에 별로 무섭지가 않아요.
또 다른 유령. 유령의 손을 볼 수 없는 저 여자는 가렵다는 듯이 어깨를 긁지요. 만약 여러분도 뜬금없이 어깨가 가렵다면 그건 말이죠...-_-
무당(?) 복장을 한 아이카와 쇼(哀川翔). 웃으라고 넣은 장면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 (기요시의 하드보일드한 다른 영화를 보니까 아이카와 쇼가 많이 등장하더군요. 웃자고 넣은 장면은 아닐거에요. 다 저의 무지의 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