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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The Aviator 에비에이터 ★★★★

The Aviator 에비에이터 ★★★★
Directed by Martin Scorsese
naver    imdb

디카프리오의 얼굴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무성의한(?) 포스터는 이 영화에 관해 많은 것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워드 휴즈라는 실존 인물의 거대한 삶을 그리고 있지만, 동시에 디카프리오의 영화이기도 하지요. 디카프리오는 절라 잘 나가는 헐리웃 스타지만 하워드 휴즈의 저 엄청난 스케일의 인생과 비교할 순 없겠지요. 하지만, 영화 속 디카프리오는 하워드 휴즈라는 거인의 무게감에 짖눌리지 않고 박력넘치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안하무인의 오만함과 금방 무너질 듯한 나약함을 함께 갖고 있던 복잡한 인물을 신들린 듯 연기합니다.

하워드 휴즈의 파란만장한 삶에 비하면 저같은 인간의 삶은 개미의 그것처럼 하찮아 보입니다. 개미의 시각에서 <에비에이터>는 마치 <반지의 제왕>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인지 능력을 벗어나는 막대한 규모에 압도되어버렸습니다. 하워드 휴즈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관계없이 그는 경외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악운이 겹친 하워드 휴즈가 강박증을 보이며 폐인으로 전락하는 장면입니다. 피폐해진 심신을 추스리고 다시 거인으로 우뚝 서게 되리라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도대체 어떤 자극/계기가 있어 그가 저 폐인 상태를 벗어나게 될 것인가 궁금했습니다. '거인'의 삶을 살다간 사람이 인생의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범부의 그것과 얼마나 다를까?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벗어난 것이라면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는 그런 나약함이 저같은 범부에게 어떤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잘난 인간이라도 결국 타인에게 의존해서 살아야하는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하지만... 역시 하워드 휴즈는 결국 자신의 두 발로 일어서는군요. 옆에서 도와준 거라곤 에바 가드너가 면도해준 것 뿐. 아, 저래서야 거인은 어쩔 수 없이 거인이고 개미는 평생가야 개미일 뿐이잖아요.

여튼간에 멋진 영화였습니다. 디카프리오의 영화인만큼 스콜세지의 영화이냐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지만, 워낙 하워드 휴즈가 거대한 인물이라 보는 내내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05·01·26 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