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
감독 : 이정철
naver
더러 우는 관객도 있었지만, 제겐 한없이 지루했습니다. 뭐하자는 수작인지 뻔한 영화지요. 추석을 겨냥하여 가족애를 건드려 눈물 한 번 짜보겠다는 영화. 스크린에 걸릴만한 내용이 아니에요. 그냥 TV 특집드라마 수준의 스케일이거든요. 물론 저따위로 뻔한 얘기를 지껄여대는 드라마라면, 저같으면, 금방 채널 돌려버립니다. 하지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보시고 우는 관객도 꽤 있었어요. 아, 왜들 그러실까?
디테일에 신경도 안쓰지요, 이 영화. 가령 딸이 아버지 얼굴에 비누칠을 하고 면도를 해드리는데 다음 순간 아버지의 얼굴에서 비누칠한 게 싹 사라집니다. 나쁜놈 보스와 맞짱을 뜨시다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는 아버지가 바닥에 자빠지시자(물론 청승만땅의 멜로디에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되지요. 앗차, 이거 스포일러군요. 하지만 영화보시면 누구나 짐작가능한 결말일 것입니다.) 같이 자빠졌던 다른 두 조폭들은 화면에서 사라지는군요. 분명 배에 칼침맞고 같이 쓰러졌는데. 거기다 딸의 책상에는 중학생용 '투탑 수학(인가 과학인가)'와 고등학생용 정석이 같이 놓여있습니다. 감옥에 3년 가 있었는데 '투탑 수학'은 작년에 출판된 표지더군요. 과외 경력 11년의 눈썰미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영화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신파성에 기대고 있지만 가장 가관은 애비가 딸년 대신 죽음으로써 딸년의 처녀성을 지켜준다는 설정입니다. 우선 건달들과 어울려 일찍부터 범죄조직에 가담해 감옥을 드나들던 딸년이 그 나이 되도록 처.녀.라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지요. 영화는 "너 아직 아다지?"같은 조까튼 대사를 일부러 찡궈넣어 아버지가 죽음을 각오해서라도 지켜야하는 '아직 시집안 간 딸년의 처녀성'이라는 지고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딸년의 처녀성을 지켜주는 것은 고래로부터 애비들의 의무였잖습니까? "다 큰 딸들 내돌려두면 사고만 친다"는 애비들의 우려가 아들과 딸의 귀가시간에 차별을 두게 하는 근거였지요. 딸이 처녀가 아닌게 그렇게 두려운가요? 지 애를 낳을 것도 아닌데 뭐가 걱정인데?
가족애를 다루는 영화까지 조폭을 등장시키는군요. 참 조까튼 경향이에요, 아무데나 등장하는 조폭. 저렇게 상상력이 빈곤한가요? 조폭이 등장 안 하면 영화 못만드나?
여튼 이 영화 돈도 시간도 무지하게 아까운 영화였습니다. 이걸 보느라 지하철을 놓쳐 집까지 택시타고 들어왔어요. 아, 정말 왕짜증입니다. (2004·09·26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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