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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Maman et la putain, La 엄마와 창녀 ★★★

Maman et la putain, La 엄마와 창녀 ★★★
Directed by Jean Eustache
imdb

이 영화는 <동정없는 세상>을 생각나게 합니다. 둘 다 파리가 배경이고, 주인공은 하는 일 없이 빈둥대는 인텔리이며, 그들의 연애질의 영화의 줄거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저런 몇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두 영화는 많이 다른 모양새입니다. <동정없는 세상>이 매력적인 배우(미레이유 뻬리에는 얼마나 아름답던가요.ㅠㅠ)들이 펼치는 로맨스(?)인 반면, 이 영화는 좋아할 방도가 없는 캐릭터들이 펼치는 섹스담입니다. <동정없는 세상>의 이뽀와 이 영화의 알렉상드, 둘다 백수이지만, 유유자적의 여유가 느껴지는 이뽀와 달리, 이 영화의 알렉상드는 한심하기 그지없는 인간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 집에 얹혀살면서도 반반한 얼굴과 그럴듯한 말재주로 다른 여자 꼬시기에 바쁜 나날을 보내거든요. 그는 68혁명 이후의 패배의식을 드러내며 가끔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당시의 분위기 같은 걸 소문으로만 들었을 따름인 저로선, 별 시덥지않은 감상주의처럼 보였습니다. 알렉상드의 무의지/무의욕이 어떤 시대적 징후이거나 역사적 상처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저렇게 빈둥대면서 섹스나 해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저 인간의 절망에 어떤 깊이가 있기나 한 것일까, 의심스러워지더군요.  

이 영화, 길기는 또 무지하게 깁니다. 3시간 40분짜리 영화거든요. 그 긴 시간동안 별 영양가 없는 얘기를 밑도끝도없이 떠들어대는 영화인데도, 놀랍게도, 별로 지루하지 않습니다. 가끔 웃기는 대사와 여인의 나체-_-가 잠에 빠지는 걸 방해하거든요. 급기야 벌거벗은 한 남자와 두 여자가 한 침대에 들어가는 지경에 이르면 도대체 얘들이 뭘 어쩌려고 저러는 걸까, 흥미진진해집니다. 기억나는 대사가 있습니다. 알렉상드의 말인데 "어떤 남자에 대한 가장 큰 존경의 표시는 그 남자의 여자와 자는 일이다." 그래서 자기는 브레송의 영화에 나오는 여배우와 잤다는군요. 브레송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려고. -_-;

motherwhore.jpg

<엄마와 창녀>라는 제목이 다소 선정적인데, 사실 엄마도 창녀도 나오지 않습니다. 술에 취한 베로니카가 질질 짜면서 자신은 창녀가 아니라고 항변할 뿐이지요. (아무도 그녀더러 창녀라고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이 영화의 결말은, 프랑스 영화답게, 어정쩡합니다. 베로니카는 알렉상드의 아이를 임신한 것'같고' 알렉상드는 난데없이 청혼을 하지요. '창녀'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공감하기 힘든 얘기지만 영화 자체는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3시간 40분동안 기껏 본 것이 언 놈팽이의 섹스행각뿐이라니, 시간이 아까울 따름입니다.   (2004·05·18 01:56)




아래는 영화제 소개글.

TITLE (K)  엄마와 창녀
 
TITLE (E)  The Mother and the Whore
 
TITLE (O)  La Maman et la putain
 
DIRECTOR  장 으스타슈   Jean Eustache
 
ADDITION  1973  | 220min  | 프랑스  | b&w | 출연: 장 피에르 레오, 베르나데트 라퐁, 프랑수아즈 르브륑, 이사벨 바인가르텐  

클래식 음악과 실존주의 철학을 신봉하는 인텔리 알렉상드르는 직업도 없이 애인인 마리에게 빌붙어 살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옛 연인 질베르트에게 청혼하지만 거절당한다. 그는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베로니카와 사랑에 빠지고, 마리와 베로니카는 서로를 질투하게 된다. 네 남녀의 사랑을 통해 68혁명 이후 프랑스의 절망적인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70년대 최고의 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