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te de la maison Usher, La 어셔가의 몰락 ★★★★
Directed by Jean Epstein
imdb
서울 시테마테크에서 <프랑스 아방가르드>라는 이름으로 장 엡스탱, 장 비고, 장 콕토의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우의 유명한 단편을 영화화했습니다. 원작과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제 기억으론 원작엔 마들렌이 로드릭의 누이였던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부인으로 나오더군요. 또, 원작엔 로드릭과 마들렌이 건물에 깔려 죽었던 것 같은데 영화에선 둘 다 멀쩡하게 살아 남습니다.
영화의 첫 느낌은 도무지 1928년에 만들어진 영화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굉장히 현란한 기술들을 사용하거든요. 슬로우모션, 달리 숏, 평행 편집과 오버랩, 기묘한 앵글의 카메라... 그리고 그런 기술들은 영화를 기괴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 매우 적절하게 사용됩니다. 가령 로드릭이 죽은 아내를 안고 패닉상태에 빠져 있는 장면에 사용된 트랙 숏(?)은 그의 정신분열과 광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들렌의 부활을 앞두고 어셔가의 저택을 감돌던 초현실적인 분위기는 흩날리던 낙엽을 쫓아가던 유려한 카메라 웤과 이유없이 쏟아지는 책들을 잡아내던 슬로우 모션에 의해 완성되었지요. 28년에 제작되었기 때문에 기술적 한계같은 건 어쩔 수 없이 드러나지만, 영화 내에서의 효과는 나무랄 데 없었습니다. 포우의 소설을 읽으며 상상하던 어셔가의 저택도 이 영화가 묘사하는 그것만큼 음울하고 불길하며 환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배경' 그 자체입니다. 이 영화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캐릭터나 플롯이 아니지요. 사실 플롯이래봐야 한줌도 안되구요.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안개/연기와 불길하게 뻗쳐있는 앙상한 나뭇가지, 독기라도 뿜고 있을 것 같은 늪... 주인공들과 (깨어있던) 관객을 압도하는 그 초현실적인 불김함은 대부분 '배경'의 힘이었습니다. 닫힌 묘지의 문 틈 사이로 스카프가 하늘거리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마들렌이 비실비실 걸어나올 땐,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지요.
그 전날 3시간 밖에 못 잔 상태에서 보러갔지만, 졸 수가 없었습니다. 놀라운 장면으로 가득 찬 영화였거든요. 멋진 영화입니다. 누가 이 영화를 80년 가까이 묵은 영화라고 생각하겠습니까? (2004·03·29 00:04 )
아래는 감독과 영화에 대한 팜플렛 소개글입니다.
TITLE (K) 어셔가의 몰락
TITLE (E) 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
TITLE (O) La Chute de la maison Usher
DIRECTOR 장 엡스탱 Jean Epstein
ADDITION 1928 | 82min. | 프랑스 | b&w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을 모티프로 각색한 작품으로, 1920년대 후반에 유럽에서 일어났던 아방가르드 예술의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영화. 파리 남부의 늪지대를 배경으로 황폐한 집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사건이 슬로우모션 등의 기법을 동원한 음울한 영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인상파 회화와 같은 탁월한 영상미를 즐길 수 있는 작품.
프랑스 아방가르드 최고의 감독 장 엡스탱Jean Epstein(1897-1953)
장 엡스탱(1897-1953)은 마르셀 레르비에, 루이 델뤽, 장 그레미옹과 더불어 프랑스 아방가르드 영화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거장입니다. 루이 델뤽과 더불어 첫 번째 영화이론가이기도 했던 장 엡스탱은 영화와 아방가르드 예술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동시에 프랑스 아방가르드 영화의 주도적인 감독으로 활동했습니다. 그의 데뷔작인 <파스퇴르>는 파스퇴르의 생애에 리얼리즘적으로 접근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며, 빠른 편집과 독특한 클로즈업의 미학을 보여준 <충실한 마음>은 ‘상징적인 멜로드라마’라는 평과 함께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바지선을 배경으로 한 <라 벨 니베르네즈>는 ‘섬의 시네아스트’라는 엡스탱의 별명에 걸맞게 흐르는 물의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독특한 드라마를 선보이는 작품으로, 장 비고의 <라탈랑트>에 큰 영향을 준 영화입니다. 또한 알랭 레네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황홀한 영화 <삼면 거울>과, 에드가 앨런 포의 원작을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옮겨놓았다고 평가받는 <어셔가의 몰락>은 프랑스 아방가르드 영화의 최고 걸작들입니다. 엡스탱은 <세계의 끝>에서는 브르타뉴 섬을 배경으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미학을 일치감치 선보였고, 1930년대와 40년대에는 <태풍>과 같은 경이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그 동안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장 엡스탱의 매혹적인 무성영화들을 처음으로 상영합니다.
Directed by Jean Epstein
imdb
서울 시테마테크에서 <프랑스 아방가르드>라는 이름으로 장 엡스탱, 장 비고, 장 콕토의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우의 유명한 단편을 영화화했습니다. 원작과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제 기억으론 원작엔 마들렌이 로드릭의 누이였던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부인으로 나오더군요. 또, 원작엔 로드릭과 마들렌이 건물에 깔려 죽었던 것 같은데 영화에선 둘 다 멀쩡하게 살아 남습니다.
영화의 첫 느낌은 도무지 1928년에 만들어진 영화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굉장히 현란한 기술들을 사용하거든요. 슬로우모션, 달리 숏, 평행 편집과 오버랩, 기묘한 앵글의 카메라... 그리고 그런 기술들은 영화를 기괴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 매우 적절하게 사용됩니다. 가령 로드릭이 죽은 아내를 안고 패닉상태에 빠져 있는 장면에 사용된 트랙 숏(?)은 그의 정신분열과 광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들렌의 부활을 앞두고 어셔가의 저택을 감돌던 초현실적인 분위기는 흩날리던 낙엽을 쫓아가던 유려한 카메라 웤과 이유없이 쏟아지는 책들을 잡아내던 슬로우 모션에 의해 완성되었지요. 28년에 제작되었기 때문에 기술적 한계같은 건 어쩔 수 없이 드러나지만, 영화 내에서의 효과는 나무랄 데 없었습니다. 포우의 소설을 읽으며 상상하던 어셔가의 저택도 이 영화가 묘사하는 그것만큼 음울하고 불길하며 환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배경' 그 자체입니다. 이 영화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캐릭터나 플롯이 아니지요. 사실 플롯이래봐야 한줌도 안되구요.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안개/연기와 불길하게 뻗쳐있는 앙상한 나뭇가지, 독기라도 뿜고 있을 것 같은 늪... 주인공들과 (깨어있던) 관객을 압도하는 그 초현실적인 불김함은 대부분 '배경'의 힘이었습니다. 닫힌 묘지의 문 틈 사이로 스카프가 하늘거리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마들렌이 비실비실 걸어나올 땐,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지요.
그 전날 3시간 밖에 못 잔 상태에서 보러갔지만, 졸 수가 없었습니다. 놀라운 장면으로 가득 찬 영화였거든요. 멋진 영화입니다. 누가 이 영화를 80년 가까이 묵은 영화라고 생각하겠습니까? (2004·03·29 00:04 )
아래는 감독과 영화에 대한 팜플렛 소개글입니다.
TITLE (K) 어셔가의 몰락
TITLE (E) 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
TITLE (O) La Chute de la maison Usher
DIRECTOR 장 엡스탱 Jean Epstein
ADDITION 1928 | 82min. | 프랑스 | b&w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을 모티프로 각색한 작품으로, 1920년대 후반에 유럽에서 일어났던 아방가르드 예술의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영화. 파리 남부의 늪지대를 배경으로 황폐한 집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사건이 슬로우모션 등의 기법을 동원한 음울한 영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인상파 회화와 같은 탁월한 영상미를 즐길 수 있는 작품.
프랑스 아방가르드 최고의 감독 장 엡스탱Jean Epstein(1897-1953)
장 엡스탱(1897-1953)은 마르셀 레르비에, 루이 델뤽, 장 그레미옹과 더불어 프랑스 아방가르드 영화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거장입니다. 루이 델뤽과 더불어 첫 번째 영화이론가이기도 했던 장 엡스탱은 영화와 아방가르드 예술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동시에 프랑스 아방가르드 영화의 주도적인 감독으로 활동했습니다. 그의 데뷔작인 <파스퇴르>는 파스퇴르의 생애에 리얼리즘적으로 접근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며, 빠른 편집과 독특한 클로즈업의 미학을 보여준 <충실한 마음>은 ‘상징적인 멜로드라마’라는 평과 함께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바지선을 배경으로 한 <라 벨 니베르네즈>는 ‘섬의 시네아스트’라는 엡스탱의 별명에 걸맞게 흐르는 물의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독특한 드라마를 선보이는 작품으로, 장 비고의 <라탈랑트>에 큰 영향을 준 영화입니다. 또한 알랭 레네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황홀한 영화 <삼면 거울>과, 에드가 앨런 포의 원작을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옮겨놓았다고 평가받는 <어셔가의 몰락>은 프랑스 아방가르드 영화의 최고 걸작들입니다. 엡스탱은 <세계의 끝>에서는 브르타뉴 섬을 배경으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미학을 일치감치 선보였고, 1930년대와 40년대에는 <태풍>과 같은 경이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그 동안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장 엡스탱의 매혹적인 무성영화들을 처음으로 상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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