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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Anatomy of a Murder 살인의 해부 ★★★★

Anatomy of a Murder 살인의 해부 ★★★★
Directed by Otto Preminger
imdb

오래된 흑백영화를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흑백이고 오래되서 재미없을 거 같아 종종 망설이지만, 일단 보고나면 언제나 100% 만족입니다. 오랜 세월 비평의 검증을 거친 영화들은, 영화미학 같은 복잡한 소리를 하지 않더라도 찐한 재미와 가끔은 삶에 대한 통찰력을 선사해주지요. 이 영화가 바로 그렇습니다.

법정영화입니다. 아내를 강간한 친구를 쏴죽인 직업군인을 변호하는 변호사 비글러의 이야기입니다. '순간적인 정신착란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행동'이라 주장하지요. 이 장르의 규칙대로 상대 검사는 능력있고 예리한 반면, 주인공 비글러와 그의 파트너는 예전에는 능력있었으나 지금은 한물가 낚시로 소일하고 있는 퇴물 변호사지요. 진실은 마지막 순간까지 모호하고 검사와 변호사는 현란하고 재치있는 말발로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호소합니다. 특히 제임스 스튜어트의 변론은 때로 코미디언의 재담보다 재미있습니다. 위증을 한다고 생각되는 검사측 증인에 대해 그는 재판장에게 이렇게 말하지요. Your Honor, I don't think I can dignify this---creature--- with any more questions.

이 영화의 결말은 피고의 무죄를 의심하게 만드는 애매함이 있습니다. 의도된 것이겠지요. 사실 피고를 무죄로 판결내게한 증거들은 결정적이라기보다 누적적인 것이어서 결국 변호사가 변호를 잘해서 무죄로 판결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지요. 변호사도 피고가 실제로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크게 괘념치 않는 듯합니다. 'Mr. Smith Goes to Washington'나 'It's a Wonderful Life'에서 제임스 스튜어트가 연기했던 정의롭고 성실한 캐릭터와 잘 매치가 되지 않지만, 어쨌거나 은근히 속물적인 이 영화의 캐릭터도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제임스 스튜어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백인 남자배우 중 하나입니다. ^^ 그 외에는 브래드 피트나 조지 클루니... ^^

Duke Ellington이 음악을 맡았습니다. 재즈가 줄창 나오죠. 듀크 엘링턴은 중간에 카메오로 출연하여 제임스 스튜어트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2003·12·21 17:05)

 

사건 해결의 결정적 증거인 로라의 빤스를 감상하고 계신 제임스 스튜어트입니다.